노트북, 작은 교실을 열다

by 클레어

제한적 공간과 무제한적 접속

교실은 정해진 공간을 의미하지만, 무제한의 접속 영역으로 확장된다. 배움은 한정된 공간과 더불어 제한적 상황 속에서도 지속하게 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물건이 바로 노트북이다. 이거 하나만 있으면 사업도 하고, 공부도 하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으니 이런 신통방통한 녀석이 없다. 다소 사치스러울 정도의 고가인 노트북은 연구생에게는 필수품이다. 나는 오십대가 겪는 오십견의 통증을 애써 모른체 하며 검정색 가방에 노트북을 장착하고 다닌다.


응급실 에피소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이 기기를 볼 때면, 코로나 시기에 겪은 잊지못할 기억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심장 수술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약 5시간에 걸쳐 앰블런스로 이동했다. 응급실 앞은 줄지어선 차량들과 만실로 인해 119 응급환자조차 돌려보내는 낯설고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몇 시간의 대기 끝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고열로 인해 수술이 지연되었다. 코로나 시기였기에 보호자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고, 그렇게 4일을 응급실에서 지내야 했다.


박사학위 논문지도가 있는 날이었다. 지도교수님과 원우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수업은 참석했지만, 토론에는 참여할 수 없었고, 필요한 대화는 채팅으로만 가능했다. 응급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침묵으로 수업에 참여했던 것이다. 며칠 후, 응급실은 벗어났지만 수술 후 입원실에서의 생활이 이어졌고, 여전히 갇힌 신세였다. 나는 노트북을 들고 병원 계단 구석에서, 병원 채플(예배당) 한 구석에서, 복도 바닥에서 이어폰을 끼고 수업에 참가했다. 돌봄과 학업이 충돌하는 지점이었지만, 노트북은 내게 그렇게 이동식 작은 교실이 되어주었다.


배움의 의미를 더하는 매개체

노트북은 단순히 물리적 교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지속성을 보존하는 도구였으며, 성장의 시간을 함께 견뎌준 벗이었다. 인간은 어떠한 매개와 매체를 통해 배운다.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시기에 노트북은 배움을 놓지않도록 도와주었다.


당신에게는 어떤 작은 교실이 있는가요?

어떤 물건이 당신의 배움을 지켜주는지요?


오래된 가방, 낡은 필기구, 구겨진 노트, 뒤틀린 안경 등 물건일 수도 있고, 조용한 단골 카페 또는 동네 작은 도서관 같은 장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각자에게 앎의 삶을 지속하도록 붙들어 준 물건이 있을 것이다. 이 매체가 나의 시간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매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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