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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Jung Oct 18. 2019

내가 뉴욕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필라델피아로 넘어온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뉴욕과 2시간 거리이지만, 뉴욕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차분하고 사람들도 훨씬 여유 있다.

난 내가 그토록 원하던 뉴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고자 했지만 끝끝내 뉴욕에선 그것을 알지 못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뉴욕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기에 급급했었고,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여기와 서는 비교적 여유로운 환경 탓에 나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뉴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직도 그날이 너무 생생하다.

아침 일찍 조깅을 하고 나서 아기자기해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스파이시 라테를 주문했다.

그냥 신메뉴라 적혀있기도 했고 붙여 놓은 사진도 예뻐서 주문했는데, 한입거리에다가 진짜 라테가 스파이시해서 너무 특이한 맛이었다.

홀짝 커피잔을 10여 분 만에 비우고, 핸드폰을 끄적하다가 갑자기 해가 뜨면서 들어오는 햇살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10분 정도 명상을 하게 됐다.

난 명상을 제대로 배운 적도,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는데 그날 내 몸은 그것을 원했던 것 마냥 자연스레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되었고, 내 무의식과 평소 해오던 생각들이 머릿속에 한 발짝 한 발짝 새겨지는데 내가 그걸 너무 명료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이게 명상인지 최면인지 그냥 생각하는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무엇을 부르느냐가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에게 하는 말들이 있었다.

"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더 나아가는 것이 충분해."

"두려워하지 마."

와 같은 생각들이었다.

내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도전하려 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딱히 없지만 그냥 저 말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10분 동안, 난 너무나 짜릿한 경험을 했다. 진짜 짜릿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말로 형용하기 너무 힘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워싱턴에서 제대로 다 구경 못한 게 아쉬워 당일치기로 한번 더 다녀온 적이 있는데, 필라델피아로 돌아오는 그 버스 안에서 나는 피곤하지만 잠에 들지 못하고 3 시간 내리 연속 곰곰이 생각에 잠겼었다.

그때 또 나에게 끊임없이 해왔던 말, "Go beyond"였다.

나는 이 문장을 한 번도 내 좌우명이라던지, 아님 그 흔한 잡지나 영화에서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근데 그날따라 자꾸 이 말이 내 마음속에 맴돌아 마치 신의 메시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진지하게 몰입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누군가도 한 적이 있다면, 정말 너도 그랬니? 하면서 더 마구마구 쏟아내고 싶을 정도로 아직도 더 많이 풀어내고 싶어서 답답하다.


그런데 위의 두 경험을 떠올려 보니 이 형용하지 못할 내적 풍요와 벅참이 내가 뉴욕에서 얻은 것이구나 싶다.

뉴욕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네, 물가 비싸고, 더럽고, 사람들은 차갑고 에라이 서울이 차라리 삶의 질은 낫겠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기 때문에 뉴욕은 나에게 더 친숙하고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페이도 자연히 높은 그곳의 사람들을 동경할 수 있고, 더럽기 때문에 뉴욕도 천국은 아니란 것을 알았고, 사람들이 차갑기 때문에 내가 먼저 따뜻하게 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뉴욕에서 한 달간 "내가 원하면 언제든 올 수 있는 내 마음먹기에 달린 곳"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마냥 드림 시티라고 생각해서 다가가기 힘들었던 뉴욕을 알고 나니 더 자신감이 생겼고 좋았던 나빴던 나에겐 너무 소중한 뉴욕이 된 것이다.


뉴욕을 이렇게 내가 친숙하게 느끼지 않고 마냥 마음속의 이상향 같은 곳으로 여겼었다면, 아마도 나의 저 이상 꼬리한 두 '무의식의 경험'은 없었지 않았을까?


앞으로 Go beyond가 나를 어디로 이끌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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