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미나리 Jun 10. 2018

여행이 마냥 좋을수는 없다.

비를 몰고 다니는 여자

재 작년 일본 오키나와 여행 이후 오랫만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코타키나발루. 세계 3대 석양을 볼수 있다는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인 섬이다.


이런 멋진 석양을 기대하며


보통 밤비행기가 많아 3박 5일이나 4박 6일로 가는경우가 많지만 난 연차거지라 목요일 밤에 출발해 일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2박4일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일정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예약한 액티비티가 취소될까 걱정되어 문의했지만 원래 비가 자주 와서 정상 진행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우리는 잠깐 오다 말겠지~라는 크나큰 착각과 설렘을 안고 출발했다.


밤비행기를 타고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다.

비행기 타고 가는 동안 하늘에선 번개가 쳤다. 비행기에서 보는 번개는 참 신기했다.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비가 왔다.

공항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가지고 숙소로 갔다. 


이틑날 아침 예약한 스노쿨링과 씨워킹을 하러 아침부터 선착장에 갔다. 날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이런 그림을 기대했다. 출처: 마이리얼트립


6~7명이 타는 작은 배를 타고 섬으로 20분 들어가는데 갑자기 비가 오고 파도가 거세졌다.

운전하는 현지인은 비를 맞으며 미친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배를 몰았다. 비가 거세질수록 현지인은 신난건지 미친건지 모를 환호성을 지르며 운전했고 우리는 순식간에 재난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되었다.

작은 배로 파도와 비를 온 몸으로 맞고, 계속 엉덩방아를 찧으며 가다보니 20분이 2시간처럼 느껴졌다. 섬에 도착하니 이미 지쳤고 비는 계속 쏟아졌다.

현지 가이드들은 이런 날씨가 익숙한듯 비를 맞으며 축구를 하며 즐거워 했다.

이왕 왔으니 놀아보자고 스노쿨링을 하러 들어갔다. 비가 오긴 했지만 물은 미지근했다. 스노쿨링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바로 앞에 물고기들이 돌아다니는데 손에 잡힐것만 같아서 손을 뻗어보았다. 신기하게 내 손 사이를 쏙쏙 헤엄쳤다.

비와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결국 씨워킹은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도착해서 지친몸을 이끌고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 여행의 목적인 세계 3대 석양을 리조트 안의 선셋바에서 보기 위해 예약을 하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한숨 잤다. 잠결에 비가 그치고 해가뜨는것이 보였다. 해질녁 선셋바를 가기 위해 나왔지만 또 비가 쏟아졌다.

결국 선셋바는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리조트 안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니 비가 그쳤다.

야시장이라도 구경가자며 시내로 나갔다. 마사지를 받고 야시장에 오니 비가 쏟아졌다.

결국 허겁지겁 야시장에서 망고를 사와 리조트로 돌아왔다.

아쉬움에 리조트 1층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비가 쏟아지는 아수라장 야시장


다음 날은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흐렸다. 쇼핑몰에서 이것저것 사고 4시부터 예약한 반딧불 투어를 출발했다. 태국에서도 봤던 반딧불이지만 코타키나발루도 유명하다고 해서, 그리고 태국에서 본 반딧불이 너무 예뻐서, 그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반딧불은 인적이 드문 마을로 가야 하기에 한참동안 버스를 타고 배를 수상가옥이 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비가 안와 석양을 볼수 있을것이라 기대했지만 날이 흐려 결국 석양은 볼수 없었다. 
투어일정 중 풍등 날리기가 있었다. 열심히 풍등에 소원을 적어 날렸는데 무려 5팀 중 우리의 풍등만!!!!! 날다가 떨어졌다. '2018년 건강하고 행복하자' 라고 썼는데.... :(

기분이 찝찝했다.


해가 지고 배를 타고 반딧불을 보러 갔다.
반딧불은 태국보다 많고 화려했다.

현지가이드가 불빛을 반딧불의 여왕처럼 깜박거리면 반딧불들이 응답하는것처럼 깜박거렸다.

가이드가 불빛을 두 번 깜박거리니 반딧불 떼가 우리 배로 돌진했다. 너무나 비 현실적이었다.
하늘엔 별이 가득하고 그 별들이 쏟아지는듯하기도 하고 정말 애니메이션의 한장면 같았다.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의 한장면

그렇지만 문제가 있었다. 같이 간 그는 벌레를 참 싫어했다. 물론 나도 벌레를 싫어하기에 나 정도인줄 알았는데, 그는 날아다니는 것을 혐오했다.
이번 반딧불 투어를 통해 그도 나도 처음 안 사실이다. 초파리 같이 생긴 반딧불들이 배로 달려들자 기겁을 했다. 너무나 미안했다. 그는 사람들과 멀직이 배의 끄트머리에 앉아 투어를 즐기지 못했고 나 역시 그가 신경쓰이고 미안한 마음에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불빛을 반짝여 반딧불을 달려들게 하는 그 행위는 5번정도 반복되었다. 이렇게 많이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도면 생태계 파괴 아닌가...
저 반딧불은 살아서 돌아가려나...
도대체 언제까지 하는거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태국에선 두 세번 눈으로만 본 것이 다였는데...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렇게 반딧불을 끝으로 우리의 여행이 끝이 났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일상을 탈출하여 이것저것 보고 구경하다 보면 머리를 꽉 채웠던 고민을 잊고 경험은 쌓여 일상의 활력을 준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베트남을 갔을때도, 일본 후쿠오카에서도 비가 왔다. 국내여행에서도 통영 비진도를 가려고 배를 탔다가 비바람 때문에 내린 배를 다시 타서 돌아온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처럼 이렇게 안 풀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스노쿨링을 했고, 망고를 원없이 먹었다. 그는 벌레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는 쏟아지는 별과 비현실적인 반딧불을 경험했다.


그리고 여행이
마냥 좋을 순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도 나는 여행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국내 여행지 TOP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