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고 제일 먼저 하기로 한 건 여행을 혼자 가는 것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자유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식사할 때 좀 허전하고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여행 내내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결정자로서의 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
언제 기상할지, 언제 돌아갈지, 어디에는 들르고 어떤 곳은 생략할지 오직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결정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일터에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남을 위해 일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척점에 있는 활동이다. 그렇다 보니 혼자 여행을 하면 무엇보다 나와 남을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훈련할 수 있다. 우리는 비교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분위기에서 한평생 자랐으므로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어렵다. 비교에는 남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그림자처럼 따르니 자신의 결정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생각보다 엄청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될 수 있다. 유명한 식당의 음식이 가격에 비해 형편없고, 오기로 되어 있는 시내버스가 어쩐지 영영 오지 않는다. 시간 배분을 잘못해 주요 관광지를 놓치고, 체력 배분을 잘 못해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몸살을 앓는다. 그렇지만 이 여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다. 여행 기획자로서 모든 작은 실패는 흘려보내거나 용서하고 다음 일정을 생각해야 한다. 이때 누구도 나의 결정을 평가하지 않는 환경이 주어진다.
내가 완벽한 동선으로 모든 관광지를 빠짐없이 방문하는지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 그냥 길을 헤매고, 예기치 못한 장소에 가고, 계획이 조금은 어긋나면서 다녀도 괜찮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은 태도로 여행의 과정을 겪으면 된다. 여행의 목적은 완벽한 일정을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을 모험하며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고 정말로 궁금한 것들을 찾아 만나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비행기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하면서 우리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누릴 권리를 사는 것이다.
자꾸 자신의 여행을 다른 사람의 여행과 비교하려는 마음이 일어나면 여행을 전시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님을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물론 여행 중 공유하고 싶은 멋진 부분이 있다면 선별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되면 안 된다. 지나친 업로드는 일상적인 비교를 멈추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무의적으로 여행 코스에 답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혼자 떠난 여행에는 답이 없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것이 답이다. 불편하거나 피로하면 미리 계획한 일정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면 그것이 그냥 답이라니! 혼자 하는 여행은 이런 환상적인 경험을 직접적으로 제공한다. 여행 기간 동안 답이 있는 듯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
답이 없는 것은 비단 여행 일정 그 자체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나라의 사람들이 우리가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자연스럽게 입고, 우리가 하지 않는 행동들을 당연하게 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답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어디에서나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된다. 생각의 유연함이 거기서 자란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여행에서의 자유로운 감각은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하든 살아가는 데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을 그때는 알고 있을 것이다. 습관처럼 정답을 쫒다가도 문득 조금 돌아가도 된다는 걸 떠올리게 될 것이다. 헤매도 괜찮고 실패를 하더라도 크게 별 일이 없었던 그 시간을 더듬어 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사회적 기준을 지나치게 신경 쓰던 경직된 마음도 조금은 말랑해져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합의된 사회적 약속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혼자 놀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혼자 여행을 해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