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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사회생활 1

드디어 나도 회사에 다닌다. 하지만

by 어스름

기나 긴 취준생활을 끝내고 첫 회사에 입성했다.

원했던 회사와 위치는 아니었지만 전공과 관련된 산업에 관심 있던 직무라 경험을 쌓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합격 통지를 받고

대학교 시절 코로나가 터져 무료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본격적인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이 회사를 첫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가는 나를 꿈꾸며 출근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설렘과 다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당황스러운 일들과 눈치 보는 상황의 연속,

정신없는 하루와 기계적인 업무의 반복만이 남게 되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나는 퇴사자를 대신할 신규 계약인력으로 채용되었는데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제대로 된 업무 인수를 못 받았다.

첫날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작성된 매뉴얼만 한 부 받았고 내내 그것을 읽은 후 퇴근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고객을 쳐내는 일이 주 업무이고

당시 워낙 해당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지점 전체가 바빴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업무 분담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퇴사 예정자였던 선배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찾아갈 때마다 일단은 매뉴얼을 보고 쉬고 있으라는 답변을 받았다.


지점에는 나보다 한 두 살 어린 선배가 있었는데

첫날 같이 커피를 사러 가면서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불편함 속에서 나는 그 선배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업무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며 나름 친해지고 가까워졌다.


이후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여기서부터가 화근이었다.

사회생활을 몰랐던 나는 그 선배를 정말 친구처럼 대해버렸고

그러한 나의 행동들이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바쁜 환경과 잦은 실수

일주일이 지난 후 조금씩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대략적인 업무는 친해진 막내 선배에게 들을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실무에 대한 것은 한창 신임을 얻고 있던 선배에게 스파르타로 배웠다.


공채나 인턴의 경우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전반적인 회사 프로세스나 직무를 이해한 후 업무에 투입되지만 계약직은 그런 게 없다.

나 같은 경우 채용 게시글에서 그저 3줄로 요약된 직무 내용을 읽은 게 끝이다.

일주일 간 어깨너머로 전산을 봐온 건 있지만

바쁜 상황에서 제한된 시간 동안 업무를 후루룩 배워서 바로 써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엔 솔직히 그 배운 업무를 이해하느라 바빴다.

일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우선 방대한 전산을 익혀야 했으며

'이 정보는 왜 입력하는 거지? 어디에 쓰이는 거지? 저 결과는 뭘 의미하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있음에도

차차 하면서 알게 될 거라는 대답에 혼자서 머리를 싸매기 일쑤였다.


지점이 바쁜 탓에 실전에 바로 투입이 되었다.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일을 쳐내기 시작하면서 실수가 잦았고

여러 번 지적을 당하면서 괜히 더 긴장하고 기가 죽어갔다.

그러다 보니 내가 배운 업무에만 몰두하게 되고 시야가 좁아지면서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바로 캐치하기가 어려웠다.


그 시기부터 동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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