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외계인

by Claire Yang

엄마는 외계인

베스킨 라빈스 31. 20대 초반에 2명이든 3명이든 파인트를 사서 3가지맛을 골라 먹던 아이스크림.

3가지 중에 절대 빠지지 않았던건 민트초코칩이였다. 시원한 민트향으로 시작해 초콜릿의 달콤함으로 마무리되는 맛은, 일주일에도 몇번씩 카페대신 베스킨라빈스로 향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어느날, 베스킨 라빈스에서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맛이 출시되었다.

왜 엄마는 외계인일까. 초콜릿과 바닐라크림 비스무리한 맛에 초코볼이 박힌 엄마는 외계인은

이름과 매칭이 되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임신 20주. 입덧과 먹덧의 폭풍이 지나가고 입에 어느정도의 쓴맛만 남았을때, 뜬금없이 엄마는 외계인이 먹고싶어졌다. 민트 초코칩처럼 강렬한 맛의 기억이 남을 만큼 자주 사먹었던 것도 아니고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골라서 사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딱히 어떤 맛인지도 몰랐는데


그냥. 갑자기. 뜬금없이. 엄마는 외계인이 먹고싶어졌다.


폭염으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날, 엄마는 외계인을 먹겠다고 집을 나서서 베스킨 라빈스에 도착. 내 최애 아이스크림이였던 민트초코칩을 배신하고 엄마는 외계인을 주문했다.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먹는 순간, 베스킨 라빈스에서 왜 '엄마는 외계인'이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중간중간 콕콕 박힌 초코볼은 임신 중 비정상적으로 땡기던 단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초코에 더해진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미식거림을 달래며 내 몸에 부드럽게 흡수되었다.


좋아하던 음식이 싫어지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호르몬의 노예로 살면서 하루에도 기분이 오락가락 롤러코스터를 타고, 변해가는 몸과 뱃속의 꼬물거리는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질 때 마다. 난 엄마가 된다는 느낌보다,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마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10kg넘는 아기도 번쩍 들어안고, 잠을 포기한 채 밤새 케어해주며 내가 외계인이되었단 사실도 잊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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