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것은 지갑'뿐
개인적으로 글 쓰기 최적의 장소는 스타벅스.
그 이유가 아니라면 평소에는 프랜차이즈 보다는 직접 운영되는 동네 곳곳의 숨은 카페들을 선호한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도 있고 주인과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인테리어도 각각의 특색이 있으니까.
동네 카페에 오히려 바리스타계의 숨은 고수들과 좋은 품질의 원두가 많아서 스타벅스는 이제 끝장났구나 싶었었는데 언젠가부터 스타벅스는 2,3층 건물을 통째 사들여 규모의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기보다 대부분 사람들이 혼자만의 업무나 공부를 하러 가서 부가적으로 커피를 시키는 듯 보인다. 마케팅 방식을 그렇게 바꿨다면 그에 맞게 이용해 주어야지!
여러 동네 카페들을 전전해 봤으나 글 쓸 때 만큼은 스타벅스가 가장 좋은 게 사실이다.
(집에서는 노트북을 여는 순간, 바닥에 떨어진 아이의 블록이나 과자 부스러기가 눈에 들어오고, 설거지가 글쓰기보다 훨씬 더 다급해 보이고, 헝그리 정신 가득하여 돌아서면 배 고프고 파이팅 넘치는 아이들의 간식이라도 준비해두려 치면 노트북을 켜고 파일을 열고 한 글자 타이핑 하기까지 과장해서 억겁의 시간이 걸린다)
어떤 곳은 가요를 틀어서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느라 집중이 안돼서,
어떤 곳은 음악이 너무 커서,
어떤 곳은 수다모임이 주가 되는 곳이라서,
어떤 곳은 몇 안 되는 테이블에 몇 시간 앉아 있기 눈치 보여서,
어떤 곳은 파스타 냄새가 진해서......
결국은 팝이나 잔잔한 음악을 틀어서 따라 부를 일 없고, 음악 크기 적당하고, 고소한 커피향 나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안 보이고, 낮시간에는 수다떠는 사람이 거의 없어 집중할 수 있는 별다방(스타벅스)로 향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가게 되었는데 몇 달간 별다방 죽순이로 지내다 보니 주문하는데 몇 가지 노하우가 생긴다.
좀 궁색해 보여도 나의 책 띠지에 적은 것 마냥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이라 어쩔 수 없다 ^^
아는 분도 많겠지만 스벅 알바생처럼 드나든 죽순이로서 혼자 터득한 몇 가지 노하우를 방출한다.
1. 스타벅스의 사이즈는 Short부터
스타벅스 메뉴판을 올려다보면 Tall 톨, Grande 그란데, Venti 벤티 사이즈만 적혀 있다.
하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는 메뉴판에 쓰여 있지 않은 Short.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친구는 며칠 전 나와 함께 스타벅스를 찾았다가 숏 사이즈가 있다는 것을 난생처음 알고 경악했다. 그 친구는 그동안 항상 Tall사이즈를 시켜 절반쯤 남겨 버려 왔는데... 십수 년간 왠지 속아온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2. 통신사 할인 카드 이용
LG유플러스, KT 통신사 앱이나 카드를 직원에게 척 보이면 음료사이즈 무료 업그레이드. 원래 1일 1회 가능했으나 언젠가부터 주 1회로 제한되었다. 통신사 회원 등급에 따라 월 1-2회 무료 음료를 주기도 한다.
(통신사 혜택은 종종 바뀐다)
3. 개인 텀블러나 머그를 가져가면 300원 할인
머그는 무겁고 깨지기 쉬우므로 비추천. 나는 보온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때의 장점은
(1) 300원 할인 (2) 온도 유지 (3) 환경 보호
(1) 300원 할인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으나 매일 스타벅스를 찾다 보니 열흘이면 얼추 한 잔 가격이 세이브된다.
(2) 보온 텀블러에 담긴 커피는 몇 시간이 지나도 따뜻하다.
(3) 환경 보호는 덤 (이것이 사실 메인이어야 하나 실질적으로 와 닿는 것은 1번)
4.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하면 free extra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용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본인이 먹을 때도 실물 카드나 앱카드에 금액을 충전하여 결제하면 free extra가 주어진다.
600원 상당의 샷 추가(진하게 먹고 싶을 때 추가하거나 또는 short사이즈를 주문해서 무료샷 추가 하고 물을 좀더 부으면 그게 Tall), 바닐라나 헤이즐럿 시럽(카페라떼+시럽=바닐라라떼), 자바칩 등을 무료로 추가할 수 있다.
5. 별 스티커 12개 모으면 한 잔 무료
음료 한 잔 살 때마다 주어지는 별 스티커(스타벅스 앱을 다운로드하면 별이 누적된다).
별을 30개 모으면 골드회원, 골드회원이 되면 별 12개마다 Tall사이즈의 제조 음료 무료 제공
이벤트에 따라 더블 적립 등이 가능하므로 생각보다 빨리 무료 음료를 얻는다.
6. 텀블러나 머그 등을 사면 음료 한 잔 무료 쿠폰이 덤
미국 친구들이 가장 좋아했던 선물 중의 하나가 한글로 쓰인 스타벅스 텀블러나 머그. 스타벅스는 각 나라나 도시마다 지역명이 적힌 컵을 판매하기 때문에 좋은 기념품이다. 가장 흔하면서 (스타벅스) 가장 독특한 (한글로 써진) 선물이라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서 스타벅스 컵 선물을 종종하는데 이 분들이 음료 드시러 한국까지 오실 수는 없으니 음료 무료 쿠폰은 '어쩔 수 없이' 나의 차지. 선물하고 무료 음료 마시고... 좋지 아니한가^^
7. Hot&Ice 커피 반반 먹고 싶다면
겨울에도 냉커피가 좋은 남편, 여름에도 핫커피가 좋은 나. 차~암 다르다.
종종 둘이 가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Venti벤티 사이즈를 하나 시키고 별도의 머그컵에 얼음만 따로 담아 달라고 부탁(=무료) 드릴 때가 있다. 그러면 하나 가격에 절반은 뜨겁고, 절반은 차갑게.
짬뽕 짜장 반반, 양념반 후라이드 반 이후 최고의 콜라보다.
항상 그렇게 먹으면 안 되겠지만 가끔 뜨겁고 찬 두 가지가 다 땡기는 날 한 번쯤 시도해봄직하다.
8. 진행 프로모션 미리 확인하기
특정 메뉴를 사면 무료 음료를 주는 등의 이벤트가 많다.
며칠 전에는 15,000원 이상 구매 시 스타벅스 머그잔과 콜드 브루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주는 행사가 있어서
샌드위치 두 개+음료 한 잔+공짜 머그컵+ tall 사이즈 커피 무료 쿠폰=15300원에 먹었다.
9. 생일 기념 무료 음료
스타벅스 회원 가입하거나 앱 다운로드하여 생일을 등록해두면 생일 즈음해서 무료 음료 쿠폰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나의 주된 주문 행태는 아메리카노 Tall사이즈를 3300원에 시켜서 개인 보온 텀블러에 담아 따뜻하게 몇 시간 먹기.
올여름처럼 숨 막혔던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 좋은 음악과 더불어 새벽까지 글 쓰느라 못 잔 잠을 쫓아주는 카페인 한 잔 가격으로 3300원을 지불하고 몇 시간 편히 앉아 글을 쓰니 아깝지 않은 소비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에피소드.
미국 친구 중에 다른 나라 여행 가면 그 나라나 도시 이름이 적힌 스타벅스 머그잔을 사 모으는 친구가 있다.
하루는 그 친구 집에 놀러 간 나에게 한국 여행 때 산 컵이라고 으쓱하며 꺼내어 커피를 담아주는데
'매장용입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나는 순간 얼음.
컵을 돈 내고 구매한 것이 맞는지 묻자, 당연하다고 대답한다.
한글을 모르는 미국 친구가 구입한 매장용 (?)머그컵. 몰래 집어올리 없는 친구이거니와 그랬다면 그렇게 당당하게 한국인 앞에 내놓을수 없다.
흐음...... 머리가 살짝 복잡해졌다. 매장 직원이 실수로 다른 컵을 넣어준 것이었기를.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