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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 Park 박민경 Aug 14. 2017

우리 아이,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혼자서도 잘해요!

옐로스톤에서 캠핑할 때 카페테리아에서 7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쟁반에

본인 몫의 사과, 우유, 빵 등을 챙겨 들고 아빠 엄마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순간 아이의 발이 꼬여 와장창 소리와 함께 음식이 공중으로 부~웅 날아가고 있었다.  

잘 보고 다니라는 혼쭐과 함께 엄마가 아이 몫을 다시 챙겨 가지고 오리라는 예상과 달리,

엄마는 아이에게 괜찮냐고 묻고는 떨어진 음식들을 함께 주워줬지만,

돌아가서 새로운 음식을 챙겨 들고 처음보다 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오는 것은 엄마가 아닌 아이였다.


아이가 떨어뜨릴까 봐 항상 음식을 대신 집어 주고 운반 역할까지 해 주던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는 앞으로도 몇 번쯤 더 쟁반이 공중 부양하고 음식을 뒤집어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것이고......



미국 식당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하고 양을 줄인 키즈 메뉴가 대부분 있다. 남길 것이 뻔한데도 남은 음식을 싸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의 메뉴를 별도로 주문한다.


반면 우리 부부는 딸 둘과 식당에 가면 다른 종류의 음식 세 개를 시켜서 테이블 가운데 두고 나눠먹는다. 아이들에게도 “뭐 먹을래?” 묻기는 하지만 메뉴를 자세히 보여 주지도 않고 “우동? 짜장면?” 묻고는, 짜장면이라는 대답이 돌아와도 밥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 아이 대답과는 무관하게 “짜장면 대신 그냥 짜장밥이랑 우동 먹자!” 하고는 메뉴판을 탁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그만 먹겠다고 하면 세 숟갈을 더 먹어야 간식도 주겠다는 회유와 협박을 해서 굳이 입에 밀어 넣고야 말았다. 돌이켜보면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의 종류와 양에 대한 결정권을 내가 빼앗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도 무엇을 먹을지와 얼마큼 먹을지를 대개 본인이 결정하고 스스로 먹는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도 각자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개인접시에 덜어서 먹는다. 우리나라는 엄마가 가족 개개인이 먹어야 하는 밥과 국의 양을 가늠하여 밥상을 차려내고, 엄마가 결정한 분량의 밥은 다 먹어야 한다. 물론 밑반찬은 각자 집어먹지만 그마저도 엄마가 영양균형을 고려해 밥숟가락 위에 여러 종류의 반찬을 척척 포개어 입에까지 배달해 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아이들은 (우리 기준으로 보자면) 까탈스러운 입맛을 가진 경우도 많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하면서도 질문이 수십 가지 되는 사람도 있고, 오이는 빼고, 토마토는 바싹 익히고, 소스는 한쪽 빵에만 발라 달라는 등등 등등 별도의 주문이 주문서에 한가득이다. 그래서 대개 메뉴판에는 메뉴의 재료가 빠짐없이 적혀 있다. 가령 된장찌개라고 한다면 멸치육수, 파, 간 마늘, 발효된 콩, 잘게 자른 호박, 두부, 매운 고춧가루를 끓인 수프라고 적어 두는 것이다.


“짜장면 안 먹을 사람 있나? 열 그릇 통일!”라는 식의 주문은 미국인에게는 새벽 2시에 족발을 배달해주는 일, 공원에서 치킨 시켜먹는 일과 더불어 한국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독립성과 개개인의 취향을 더 중시할 것인지, 부모가 균형 잡히고 몸에 좋은 식습관을 갖도록 훈련시키고 단체생활을 더 중시할 것인지 그건 문화적, 개인적 선택사항인 듯하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갓난아기 때부터 다른 방에 따로 재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미국인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따로 재운다고 하면 신기해한다.


아이들의 독립성을 중시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일정 연령 이하의 어린이는 반드시 성인을 동반해야 한다(19개 주에서 아동보호법으로 지정). 어린이 혼자 길을 걸어 다니거나 집에 있거나 놀이터에서 놀거나 차 안에 있을 수 없다. 심지어 3미터 앞의 은행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는데도 곤히 자고 있는 갓난아기를 카시트 째 빼서 들고 일처리를 하고 돌아간다. 캘리포니아에서는 6세 이하 어린이를 차 안에 혼자 방치하면 1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더운 차 안에 아이를 방치했다가 아이가 탈수로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종종 보는데 이 경우 부모는 중범죄로 기소되거나 살인혐의가 적용된다.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 것은 아이의 독립성의 영역이 아니라 안전의 문제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와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100만 뷰.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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