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생애 첫 s'more
미국 국립공원 안의 마켓에는 고기, 과일, 야채 등의 식재료부터 옷, 바비큐 용품, 장작까지 없는 게 없다.
가격도 외부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 않기 때문에 안에서 어지간한 장보기가 모두 가능하다.
캠핑이 처음이라 무엇을 사야 할지도 막막해 마켓 안을 서성거리다가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 분에게 다가가
"캠핑이 처음인데 꼭 사야 할 것이 있을까요?" 묻자,
"장작은 샀겠죠? 스모어 재료는 있어요?"
"에? 스모...... 그게 뭔가요?"
"오 마이 갓! S'more를 먹지 않으면 캠핑을 했다고 말할 수 없죠. 자, 따라와요."
앞장서서 우리를 데려가 초콜릿, 비스킷, 마쉬멜로우와 긴 쇠꼬챙이 몇 개를 우리 쇼핑 바구니에 망설임 없이 척척 집어넣었다. 비스킷 사이에 초콜릿과 마쉬멜로우를 차례로 끼워 넣고 불에 살짝 구워 먹으라는 설명을 잘 기억했다. 나이가 지긋하고 유쾌한 그 직원은 "굿럭~!" 하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어둑어둑해질 때 장작에 불을 지펴 두툼한 돼지고기와 소시지를 구웠다.
우리 말고 과연 다른 캠핑자들이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적막한 가운데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육즙은 품고 기름만 뚝뚝 떨어내며 지글지글 굽히는 고기 냄새가 허기를 더욱 자극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삼키는 담백한 고기의 맛은 한 점 한 점 먹을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야심 차게 준비한 디저트 시간.
비스킷 한 장 위에 네모판 모양의 초콜릿, 그 위에 하늘에서 금방 따온 구름같이 뽀송한 마쉬멜로우를 얹고 비스킷 한 장을 더 얹으면 준비 끝.
첫 번째는 너무 가까이서 센 불에 구운 탓에 새까맣게 태워서 실패.
두 번째는 초콜릿과 마쉬멜로우가 적당히 녹아 접착제처럼 모든 재료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오우~그 달콤함이란...... 그날부터 우리의 캠핑용품 리스트에는 늘 스모어가 빠지지 않았다.
다음날 스모어를 잘 먹었다고 후기를 전하러 마트에 다시 가서 이름을 기억해 두었던 그 직원을 찾아보았지만 마침 쉬는 날이라 인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이후 미국 캠핑 내내 스모어를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다.
By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