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이유 중에서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나의 본가 식구들이 모두 모인 즐거운 저녁식사이다. 나의 네 식구와 아빠, 엄마, 두 남동생 부부와 조카들까지 수험생 조카 둘을 제외하고 다 모였다. 막내남동생이 머리를 단발로 기르고 와 깜짝 놀래키며, 유쾌한 웃음을 주어 즐거웠다. 나랑 셀카를 찍으니 참 많이도 닮았다. 나이 들수록 닮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엄마는 자식들 다 모인다고 어제부터 분주히 불고기양념에 고기를 재놓으시고, 김치 담그시고, 종류별 나물들을 조물조물 무쳐서 한 상을 차려 놓으셨다. 아빠도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야채들을 잔뜩 뽑아와 엄마에게 안기셨을 것이다.


착한 두 올케는 주방과 거실을 오가며 저녁 밥상을 차려냈다. 나는 발목과 여러관절이 아프다는 핑계로 미안하다며 인사말만 건넸다. 엄마도 나이가 74세시니 아프시지 않을 리 없지만, 엄마는 나이들어 이 정도는 다 아픈 것이라며 너나 치료해서 완치하라고 걱정 말라 하신다.


식구들 다 같이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 엄마의 손맛이 제일 맛나다. 나는 잃었던 입맛을 엄마반찬으로 되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다. 요 며칠 괜찮았는 데, 이렇게 즐거운 식사시간에도 마음이 쿵쾅 두근거리시기 시작한다. 왜 그렇까? 혼자 진정시키며 식사를 마쳤다.


다음 날 정신과 선생님과 어제의 식사 때 불안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유를 물으시는 데, 모르겠다고 답했다. 불현 듯 드는 생각이있었다. 우리 아들이 고생학생 때 까지는 남편도 나도 거는 기대가 아주 컸다. 그래서인지 남편은 식사 자리에서도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은 아들에게 좋지 않은 말투의 말이 나갔다. 아들 또한 지지 않고 아빠에게 툭툭 되받아치는 말로 이어갔더. 외식이나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자주 있는 일이었다. 두 사람의 원래 말투인 부드럽지 않고 퉁명스러운 것도 한 몫했다. 그럴 때 마다 둘이 더 부딪쳐 싸움이 날까봐 불안하였다.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고 초인적 마음으로 둘 사이에 부드러운 말을 걸어보려고 애썼다. 그런 좌불안석 자리를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 식구는 아들을 제외하고 조용하고 에너지가 많은 편은 아닌 것같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인가 식구들이 밥을 먹을 때 말없이 조용히 먹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무언가 남편과 딸이 기분이 나쁜가, 컨디션이 안 좋은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애써 차려놓은 밥상에 맛있다는 표현은 커녕 조용히 밥만 먹는 게 나에게 반항하는 것 같기도 해서 화가 났다.


이런 말씀을 들으시더니 정신과 선생님이 식구들이 진짜 그런 마음인 것 같냐고 질문하셨다. 나의 대답은 진심은 아니는 것 같다고 했다. 단지, 말수가 적은 편이고 에너지가 많지 않다보니 조금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는 걸 안다고 했다. 그러면, 식구들의 진심을 알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식하라고 하셨다. 식구들의 특성인 것이니 인정하고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사이에서 내가 중재자가 된다거나 애쓰지 않아고 된다고 말씀하셨다.

식구들은 엄마와 와이프의 수고를 알고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툰 것이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사랑받고 싶은 불안으로 표현이 된 것 같다고 하셨다.


식사 시에 자주 느껴지던 불안을 인식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후려해졌다. 딸, 아들, 남편에게 상담 받은 내용을 공유하였다. 식사 시에는 조금 더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대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구들은 이해하는 것도 있었고, 나에게 불만도 털어놓았다.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가족들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입장에서만 표현 받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남편은 말보다는 퇴근하고 식사 준비를 도울 때고 있고, 딸도 전보다 혼자 식사 준비도하고 설거지도 자주 해준다. 아들도 자기 밥그릇을 정리하고 가끔 설거지도 한다.


가족들의 진짜 특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주고 밝은 얼굴로 말을 건다면 가족들이 더 말도 많아지고 즐거운 식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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