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내신 이불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엄마가 보내신 이불>


카톡!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롯데백화점 배송 내용이었다. 어, 내가 주문했었나! 주문한 게 없는 것 같은 데........ 잊어버렸나!

낮에 진짜 롯데백화점에서 이불이 배송되어 왔다. 주문자와 수신자 모두 내 이름이었다. 이상하다. 내가 요즘 기억력이 많이 안 좋아 졌지만,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은 데 말이다. 문득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가 보낸 것이 맞았다. 여름에 시원한 소재의 이불이라며, 엄마꺼 사면서 내 것도 하나 더 샀다고 하셨다. 하얗고 보드랍고 미끈거리는 아주 좋은 소재의 이불이었다. 모던하고 깔끔한 스타일이 엄청 마음에 들었다.

엄마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 보내셨다. 아마 물어보셨다면, 나는 괜찮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뭘 사달라고 한 것이 거의 없다. 사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던 것 같다. 그냥 집안 분위기가 어려운 걸 알고 있었고, 욕심내면 안 되는 걸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욕심이 있는 성격이다. 내 것를 정해놓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내 숟가락을 동생이 쓰면 짜증을 냈고, 엄마를 차지하고 싶었지만, 참아야했다. 내 것은 아끼고 아껴 오래 사용했다. 나는 욕심이 많지만, 욕심을 낼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편하지만, 마음껏 편하지는 않은 존재인 것 같다. 장녀로서 마냥 어리광을 부려 욕심을 못 내고, 내 표현을 다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엄마는 자식 셋 말고도 할머니, 할아버지, 어린 시누이, 어린 시동생 둘을 더 챙겨야 했다. 그리고 엄마는 돈이 필요해서 내가 어릴 때부터 돈을 벌러 의정부시내로, 서울로 얼굴 보기 힘든 사람이었다. 엄마랑 초등6학년 때부터 같이 살았지만, 엄마는 그 때도 아침에 출근해 밤 늦게 들어오셨다.

이불을 보며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보내셨을 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요즘 나의 아픈 모습에 너무 슬퍼하시며, 맛있는 반찬을 매주 해주시고, 사랑을 많이 베풀어 주신다. 전보다 더 많이 신경 써 주시는 모습에 감사하지만, 좀 낯설기도 하다. 엄마가 전화로 네가 아파서 너무 힘들다며 울먹이는 통화에 너무 죄송했다. 내가 저 이불을 덮고 좀 더 시원하게 여름을 나고 얼른 병이 낫기를 바라고 우리 딸이 얼른 더 마음 편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겼을 저 이불.

너무 감사하지만, 난 왜 받는 것이 좀 미안할까. 좀 당당히 받아도 될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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