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안고 강박을 이겨내보자>
2025.8.4.
오늘은 2주 만에 정신과에 들러 상담과 함께 약을 받아 오는 날이다. 착한 남편이 병원까지 픽업해주니 편하게 다닌다. 같이 들어가 상담 받고 싶었으나 의사선생님이 거절하셨다. 환자에게 해 줄 말을 다 못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어제 신발을 사러 아울렛에 가서 남편과 내 운동화를 샀다. 운동화를 신어보고 맞는 사이즈가 없어 주문결제를 하고 집으로 배송 요청을 하였다. 남편은 운동화가 마음에 들어 했지만, 내가 고른 운동화는 편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불편한 것 같았다. 남편과 딸은 이케아매장에 올라가 구경을 하고, 발이 아픈 나는 카페에 앉아 1시간 정도 기다렸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내 운동화 산 것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 남편이 돌아와서 취소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사기로 했고, 10퍼센트 추가 할인도 되고, 집에 배송되어 신어보고 취소해도 되지 않냐며 취소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 말에 나는 위축되어 취소하지 못하고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하지만, 나는 저녁식사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초조하고 불안하였다. 신발을 취소하고 싶은 데, 어찌 다시 남편한테 말할지 답답하였다. 밥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얼굴을 보지 않고 나는 그 신발의 발등이 낮아서 취소할거야 라고 말해버렸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매장으로 가서 취소를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뭔가 남편에게 내 의견을 관철시킨 것도 시원하고, 취소하고 싶은 것을 해버리니, 뭔가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았다.
지난 주 목요일에 건강검진을 하였고, 피검사의 일부가 금요일에 나왔다. 그 중 백혈구 수치가 약간 정상보다 높았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살짝 불안해졌다. 오후부터 자기 전까지 생각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하필 일요일부터는 속도 미식 거렸다.
지난 일요일에는 어제부터 빨갛게 된 고관절 쪽 피부를 보고 놀라서, 대상포진인가 싶어 응급실로 갔다. 가능성은 있다며 주사를 맞았다. 다음 날 피부과를 갔더니, 절대 대상포진은 아니고 두드러기라며, 뜨거운 거나 자극을 최대한 주지 말고 약 처방을 받아왔다.
이런 이야기를 의사선생님께 드렸더니, 강박 증세라고 하셨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내가 당장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통제 밖의 영역인지 판단하고 통제 밖의 영역을 그대로 가야할 수밖에 없다면, 그 찝찝함을 받아들이고 생각의 고리를 끊어야 함을 인식하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이런 일이 전에도 비일비재했던 것 같다. 특히 확신이 없는 일을 결정했거나, 몸이 아팠을 때는 불안하고 빨리 해결책을 찾기에 급급했다.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그 강박은 많이 힘들었다. 내가 마음을 겉으로 많이 티내지 않는 편이라, 나는 문제가 없는 듯이 행동하지만, 속으로 삭히느라 힘들었다.
이것은 불안이 강박으로 변한 것이란다. 뇌의 강박부분에서 자꾸 그렇게 작동하여 그런 것이란다. 선생님은 약을 추가하여 복용할 것을 권하셨고, 선택하라 하셨다. 나는 2주 만 복용을 미루고, 선생님 말씀대로 실천을 해볼게요 하고 복용추가를 미루었다. 나는 2주간 나에게 불안으로 온 강박증세를 잘 인지하고, 통제 밖을 인정하고, 찝찝함을 안고 가보기로 했다.
적응해보자. 인식해보자. 현재를 살자
그러다보면, 잊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히 해결될 수 도 있고,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뭘 해결하려는 내 자신의 강박을 3인칭으로 객관적으로 좀 떨어져서 관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