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름 휴 가>
여름휴가차 당진 시가로 내려왔다. 남편이 휴가이나 내가 몸이 불편하기도 하여 시가로 2박3일 내려와 쉬어 보기로 하였다. 이제 시가에는 아무도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님, 아버님 흔적이 있던 곳에 깨끗이 정리된 살림살이와 살짝의 먼지, 사람 없는 곳을 찾아온 벌레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빈 시가에 우리 식구끼리 머물러 보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늘 오던 시가이지만, 기분이 남다르다. 애틋함, 허전함, 편안함이 같이 느껴진다.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온 돼지고기를 삶고 앞집 사촌이 가져다주신 오이김치를 곁들여 저녁을 간단히 차려 먹었다. 고기보쌈과 잘 익은 김장김치, 오이김치는 환상의 조합으로 맛있었다. 조용하고 단촐한 느낌이 펜션에 온 듯도 하고 익숙한 듯도 하다. 괜찮은 기분이다. 남편도 기분이 좋은 듯하여, 나도 더 기쁘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커튼이 없는 창문 밖은 이미 밝아졌고, 남편은 산책을 나가고 없다.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 딸을 한번 쳐다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우리 식구만 있으니 마음껏 잘 수 있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8시 쯤 일어나 대문 밖으로 나가 멀리까지 밭과 논으로 눈을 돌리니 한여름의 초록 푸름이 넘실넘실 춤을 춘다. 딸래미 돌기념으로 심은 감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새소리, 호랑나비를 보고 있자니 부드러운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나의 몸이 가볍고 행복하고 붕 뜨는 기분이다. 마당 가외로 자리 잡은 작은 들꽃이 더위에도 작게 꽃피우고, 아들출생 기념으로 심은 아들소나무는 아빠의 사랑과 햇빛의 영양으로 짱짱히 자라고 있어 든든하다. 너른 들판에 시골일꾼 아줌마들이 똑같은 모자와 비슷한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초록이들 속에 알록달록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정답다. 더워지기 전에 열심히 채소들을 가꾸는 모습이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전에는 뒹굴뒹굴 운동도 하며 보내고 푸짐한 해물칼국수를 먹으러 다녀왔다. 딸이 물회를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이 흐뭇하다. 넘 여유로운 휴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남편의 휴가가 보기 좋다. 오후 늦게 시부모님 묘소에 가서 인사를 하고 왔다. 천국에서 잘 계시라고 기도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해가 지자 남편과 딸은 집 뒤뜰에 심은 샤인머스캣의 가지치기를 한다며 긴팔, 긴바지를 입고 나갔다. 남편은 봄마다 매실, 자두, 대추나무, 산딸기나무 등을 재미삼아 심어본다. 본가에 올 때마다 쑥쑥 자라고 변하는 모습이 즐거운가 보다. 작년에 심은 샤인머스캣이 벌써 열매가 매달려 가지치기를 공부해가며 딸과 작업하는 게 재밌는 모양이다.
저녁으로 연어회덮밥을 먹기로 했다. 신선한 연어는 하얀색과 주황색 줄무늬에 기름진 반짝거림이 먹음직스럽다. 야채들을 얇게 채 썰어 색깔별로 올리고 먹음직스런 연어를 듬쁙 올려, 초고추장에 참기름 휘리릭~~~~. 입안에 감도는 부드러운 연어와 각각의 풍미가 있는 야채를 입안에 한가득 먹는 맛이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초고추장의 새콤달콤함이 입맛을 더욱 돋구어 질릴 틈이 없다.
셋째날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감나무 아래 산책과 구수한 누룽지로 시작했다. 날이 덥고 내 몸도 불편하고 집에서 운동하고 낮잠 자고 진정한 휴가를 보냈다. 남편이랑 오랜만에 길게 낮잠을 잤다. 남편이 낮잠을 자는 모습이 애틋하면서 안쓰럽다. 올해는 진정 재밌는 휴가지로 갈 수도 있었는데, 마누라 몸이 안 좋아 병원투어와 시골나들이로 만족해야한다. 남편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종종 미울 때도 있지만~~~~~
밤늦게 서울로 올라와 휴가를 마무리. 내일부터는 그냥 주말이니까~
내년에는 꼭 멀리멀리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휴가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