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방>
어릴 적 나만의 방을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다, 그 때는 내 방이 없어서 온 식구들이 안방에서 다 같이 잤다. 사춘기인 나는 비밀스런 나의 무엇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 나는 내 방이 생기면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놓고, 예쁜 화장대는 꼭 둘거야 등등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들곤 했다. 고등학생 내내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내 나이 22살에 내방이 처음 생겼다. 우리 부모님은 살던 집을 허물고 빨간색 벽돌집을 지으면서 처음으로 내 방을 내어 주셨다. 나는 책상을 사러 갔다. 파란색 h형 책상이었고 창가에 햇빛 잘 들어오는 곳으로 배치했다. 처음 가져보는 나만의 책상에 책을 보기 좋게 꽂아놓고, 서랍은 칸을 나누어 문구를 정리했다. 화장대는 돈이 부족해 사지 못해서 엄마가 쓰던 경첩을 가져왔고, 벽에 거울을 달고, 작은 바구니 안에 화장품을 세워놓았다. 가장 너른 벽에는 파란색 돌고래 포스터를 걸어놓고 나만의 방을 완성했다. 여자아이의 아기자기함보다는 필요한 것만 두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취향을 처음 알게 된 때인 것 같다.
그 방에서 공부도 하고, 혼자 춤도 추고,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친구를 불러 밤새 수다도 떨고, 지금의 남편과 연애통화도 밤새도록 하고....... 그 방에서 나의 5년간의 인생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지금 다시 50세가 넘어 나만의 방을 꿈꾸고 있다. 나의 방의 나만의 책상에서 나만의 꼼지락을 하고 싶다. 가족들과 같이 있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고 소중한 위로인 것도 좋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과 활동이 나를 채워가는 무엇인 것을 직감한다. 아직 내 방을 가질 수 있는 때는 아닌 것 같다. 우선 책상만 거실 쇼파 옆에 붙여 놓았다. 거실이라 큰 책상을 둘 수가 없어 당근 앱을 통하여 작은 책상을 기증받았다.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내가 다시 쓴다는 자부감이 즐겁다. 아직 내방은 없지만, 내 책상이 생기고, 거기서 노트북 펴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책상이 있는 것으로 작은 위로가 된다. 이 책상에는 가족의 물건은 올라가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작업을 하다가 밥을 먹기 위해서 물건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이 책상에서 연필스케치와 성악연습을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지금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꼭 되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배우는 시기이다.
갱년기가 오면서 식구들을 사랑하지만, 뭔가 나만의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작은 바람이 내 방이었던 것 같다. 마음에도 내 방을 키우고 싶었던 것 같다, 글쓰기로 나를 돌아보고 정리하고 삶의 경로를 바로 잡아가보도록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