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이문재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때가 있을 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감상 : 바쁜 배달부가 목련을 보고 멈추는 모습이 눈에 선한 듯 그려진다. 좌회전하려다 발견한 벙글기 시작한 목련이 눈에 마음에 와 닿았을 때, 그 꽃을 마음에 둘 줄 아는 시인 같은 사람이다. 그의 일상은 무지하게 바쁠지언정, 그의 마음에는 꽃 같은 아름다음을 느낄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건강한 사람이다. 내가 마음이 아팠을 때, 온 세상은 회색빛이고 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열정과 주위의 도움으로 다 쓰러져가는 국화꽃을 보고도 아름답다고 느낄 만큼 여유가 생겼다. 꽃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계란탕처럼 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배달부를 지켜보는 나의 마음에도 보드라운 계란탕을 먹는듯 한 흐뭇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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