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그림을 사다>
2025. 9. 14.
작년에 문득 네이버 기사에 김환기 작가의 미술관기사를 보았다. 집안일로 마음이 엄청 안 좋았던 나는 무작정 차키를 들고 환기미술관으로 향했다. 평소 동네운전만 즐기는 나는 초행길을 미리 공부를 하고 출발하는 편인데, 그 날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작정 나가서 나를 위로하고 다른 공간에 있고 싶었던 것 같다. 환기 미술관은 부암동 주택가 언덕에 있어서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주차까지 잘 해내었다. 20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이런 상황에 발휘되는 것 같아 새삼 뿌듯했다.
환기 미술관은 처음이었는데, 세 동으로 나뉘어져있고, 중앙동에서 티켓을 사고 맨 왼쪽 동에서부터 관람이 시작되었다. 일대기를 보니 내가 태어난 해인 1974년에 작고하셨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에게 감탄을 주는 그림이라니 대단한 화가이다. 김환기 작가의 그림을 1층부터 3층까지 올라가며 감상하면서 내 감동은 점점 배가되었다. 내가 우주에 있는 듯하고 뒷통수를 퉁 맞은 것 같기도 하였다.
그 감동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되어 친한 친구들과 며칠 후 다시 방문하였다. 다시 보아도 그 감동은 계속되었다. 그 때 처음 내가 그림을 산다면 이 작가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미술관 판매데스크에 EDITION 그림의 가격을 보고는 내가 열심히 알바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환기그림의 EDITION 은 500번까지 있었다.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는 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중에 「이건희 컬렉션」 이라는 책의 첫 목차가 김환기 작가였다.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에 쭈욱 읽으면서 이 작가의 그림을 살 때가 된 것 같았다. 마침 내 생일이어서 생일 기념으로 사면 좋을 것 같았다. 가족들과 상의하고 일요일에 남편과 그림을 직접 보러 갔다.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매장에 가니 내가 예상한 그림은 상상보다 컸고 색감이 선명했다. 직원이 우리집에는 과할 것 같다는 조언을 했다.
그래서 환기작가의 작은 《사슴》 그림을 사기로 했다. 작년 관람 때도 마음에 두었던 그림이고 집에 길상화(吉祥畵)로 환기작가의 그림을 두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림을 살 줄 아는 엄청난 예술가가 된 것 같다. 그림이 원판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원판만큼 의미가 크고 대단하다. 나에게는 그림을 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돈이 있어도 그림을 살 용기가 없었다. 아까웠던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그림을 사게 될까? 흐뭇하게 기대되는 미래이다.
어서 그림이 액자에 멋지게 장식되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