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경계>

JAMES TURREL

by 단발의 챠밍레이디

<삶과 죽음 경계~JAMES TURREL>

뮤지엄 산

2025. 12. 26.

결혼기념일인 12월 26일. 결혼 26년차가 되니 특별히 기념해야할 설레는 마음은 무뎌졌다. 그래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남편과 딸과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이라는 미술관에 다녀왔다.

올 겨울 들어 너무 추운 날이라 옷을 단단히 입고 나섰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원주까지 2시간정도 소요되지만, 남편과 딸과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라 신이 났다.

<뮤지엄 산>은 근처 초입 길부터 나를 반기는 것 같았다. 골프장과 붙어있어 골프장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 나를 기쁘게 해줬다.

맛집을 찾아 다니며 사람들 속에서 북적북적하게 한정식을 먹는 것도 꼭 여행을 온 것 만 같았다.


미술관은 멀리 있는 유명한 미술관답게 웅장하고 고요했다. 미술관의 시그니처 공간이 4 곳이 있었는 데, 미리 공부를 하고 오지 않아, 대충 덜 추울 것 같은 곳으로 시그니처 한 곳을 매표했다. `JAMES TURRELL`이라는 작가의 감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빛의 경험이라는 주제의 시그니처관이다.

미술관 본관으로 가기 위해 야외정원을 지나가는 곳부터 눈을 계속 멈추게 했다. 안도 다다오의 풋사과는 그야말로 추운 날에 보아도 풋풋함이 나를 설레게 한다. 풋사과의 상큼함이 우리 딸의 상큼함만큼 가슴을 뛰게 하고 안아주고 싶게 만들었다. 나도 풋사과의 상큼함이 언제였을까 되돌아보는 서글픈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50에 나이에 만족한다. 다시 되돌아 지난 힘든 세월을 다시 살고 싶지 않다.


본관을 지나 제임스터렐관에서 대기하니 같이 볼 일행과 가이드가 왔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첫 번째 공간으로 들어갔다. 둥근 원형의 창이 있는 SKYSPACE 라는 공간은 우리를 마치 어느 종교적 공간에 있는 느낌을 갖게 했다. 둥근기둥 밑에서 천정의 둥근 원형을 바라보니 명상의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듯하다. 보이는 저 하늘이 나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싶고, 나는 누구인가 싶다. 보는 위치에 따라 원형과 타원형의 모양을 달리 보여준다.

두 번째 방은 `HORIZON ROOM` 이라는 곳이었는데, 계단의 저 위쪽으로 보이는 네모의 색과 빛이 신비로웠다. 아무런 색이 없는 것 같지만, 하늘인 것을 알면서도 하늘색이 없는 것 같다.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이드가 먼저 그 곳으로 나가는 신기한 광경을 보면서 아 보이는 게 다가 아니구나를 깨달으며 나의 신비로운 마음이 배가되었다. 그 네모 공간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 같았다. 우주인을 만나러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문 같기도 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황홀한 느낌이었다. 나가서 멀리 트여진 공간을 보았을 때, 이 곳은 꼭 인간세계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 데, 아쉬웠다. 나는 현실과 다른 환상의 공간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공간은 `GANZFELD` 라는 공간으로 독일어로 완전한 영역을 뜻한다고 한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무한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광활한 마음과 두려움이 나를 압도하면서도 신기했다. 이런 상상을 하는 작가가 궁금했다. 그런 공간에 있으니 관람객이 모두 어린아이 같이 행동하는 것 같았다. 장난삼아 끝까지 가보고 손을 내밀어 본다.


네 번째 공간은 `WEDGEWORK` 라는 공간으로 벽의 난간을 잡고 아주 컴컴한 두려운 곳으로 들어갔다. 가이드가 안전하다고 여러 번 말하지만, 두려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막다른 곳에 오니, 작은 빛이 들어온다. 그 빛이 너무나 반갑다. 나는 그 빛을 보며 우리 딸아이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딸아이가 애기였을 때, 재워두고 슈퍼에 다녀오니 엉엉 울고 있던 적이 있었다. 너무 미안했다. 닫혀있는 문으로 엄마가 들어오지 않으니 얼마나 무서웠을 까 말이다.


미술관에 와서 이런 체험적인 관람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빛과 공간만을 이용하여 나를 느끼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나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우울, 불안이 어느 본질에서 왔는가 의문을 가져본다.

남편도 딸도 미술관 체험을 즐거워했다. 무뚝뚝한 남편도 미소를 보이며 관람하고 사진찍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남편이 보기 좋다. 딸도 연신 사진을 찍으며 우리 사이에서 애교를 부려준다. 가족과 함께하는 잔잔한 행복감은 나의 우울을 더 낮추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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