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일>
며칠 후면 남편 생일이다. 시부모님이 모두 영면하시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이어서인지 다른 해의 생일보다 신경이 쓰인다. 남편을 좀 더 챙겨주고 싶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더군다나 올해 2026년이 시작되며 회사생활을 시작한지 30년을 채운 해이기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지난 번 아빠 생신 때 30년이 되었다며 자랑하는 모습에 남편이 큰 의미를 두고 있구나 느꼈다. 27세에 입사하여 30년을 한 회사에 다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멋진 남자이다. 무심코 `지난 30년 회사 다니느라 힘들었지?` 하고 물으니 `죽도록 힘들었어.` 라고 대답하는 남편.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지만, 대견하고 그의 착실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올해는 생일을 특별하게 준비했다. 플랭카드를 준비하고, 케익과 꽃도 따로 주문하였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이고, 저녁을 멋진 곳으로 데려가 깜짝파티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누이 부부 2쌍이 방문한다고 한다. 다른 때 생일에 방문한다고 했으면 짜증이 났을 것 같은 데, 이번에는 좀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넷이나 되는 시누이와 너무 돈독한 시가의 가풍 때문에 늘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식 대신 이번에는 근사한 저녁을 내가 차려 남편을 기쁘게 해주었다. 우리 남편은 외식보다는 집밥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내심 좋아하는 듯 하다.
내가 나서서 남편 생일상을 감사하며 차려서 그런지, 손님맞이 음식준비부터가 힘들지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할 남편 생각에 마음도 살랑거렸다. 저녁 6시 무렵에 시누이 부부들이 오셨다. 식탁에 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며 엄청 잘 차렸다고 칭찬해주시니 기쁘다. 남편이 한 회사를 30년씩이나 다녔다고 하니 너무 대단하다며, 찬사를 보내주니 남편도 으쓱한 듯 하다. 남편은 음식상을 사진 찍고 비싼 발렌타인30년산을 개봉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 평소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있는 스타일이라 나도 자주 버거운 남편이지만, 오늘은 동서들 앞에서 웃으며 이말저말 소회를 말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평소에도 저런 모습이면 내가 남편에게 느끼는 불안감, 외로움이 덜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이런 가족의 초대를 좋아하는 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내심 불편해하는 나랑 달라서 남편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생일을 맞아 남편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끼고 가족 간의 화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따듯해진다. 전보다 이런 행사가 즐거운 것이, 나이 들어 이제는 좀 더 이해심이 많아졌다고 할까, 내가 성숙해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