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진행의 이모저모

설 연휴가 지나며 이사 갈 집이 철거를 시작했다. 타인이 살던 곳에 들어가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살아보는 건 처음있는 일이라 좀 설레고, 낯설기도 하였지만, 타인의 냄새가 곳곳에서 코끝을 간질이는 것은 좀 달갑지 않았다.

철컥철컥 떼어지는 씽크대, 붙박이장, 창고, 마루바닥 등등의 먼지들이 온 집안을 맴돌아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인테리어 스케줄을 보면 철거는 이틀이면 가능한 일이었고, 그 후부터는 목공 작업이 이루어지며, 거실의 한 부분으로 사용하던 부분을 막아 작은방 하나를 추가하는 벽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방은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인 내 방이 생기는 일이고, 나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 더 기대되고 신경 쓰였다.

하루하루 지남에 따라 벽이 생기고, 전기콘센트가 추가되고, 타일이 붙혀지는 등 인테리어사장과 통화를 하루에 몇 통화씩 하며 많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였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고, 한 번에 여러 건을 결정하는 것 또한 나의 뇌부하 초과를 일으킬만큼 초조하고 불안을 살짝살짝 일으키는 일이었다. 나는 단 번에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인데, 인테리어는 급하게 결정해야하는 일이 많아서 나를 종종 힘들게 했다. 한번 결정한 것은 번복하기가 어려웠고, 그런 와중에 사장과 의견차이로 통화하는 일은 내게는 살짝 버거워 다시는 인테리어 같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매일하게 되었다. 평소에 <EBS 건축탐구 집>이라는 프로를 꼭 찾아보며, 내 집을 어떻게 지어볼까 상상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집짓기의 축소판인 인테리어를 진행해보니 집짓기를 하면 10년 늙는다는 격언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번에 다른 집과 다르게 설치하는 것이 작은 씽크 개수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일이다. 아일랜드씽크 쪽으로 커피나 과일 씻기 전용 개수대를 추가로 설치하여 편리함을 높였다. 가족의 반대가 있었지만, 내가 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어서 고집피우며 진행하였는데, 만족스럽다. 전용개수대만큼 많이 쓰이지는 않지만, 가족과 공동으로 요리하거나, 손님이 왔을 때 등등 있으면 참 편리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인테리어를 내가 주축이 되어 진행하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실현하였고, 지금 완공된 모습을 보아도 작은 아쉬움은 있으나, 잘못했구나 하는 건 없어서 만족스럽다.

인테리어를 진행해보니, 세심하고 꼼꼼한 사람이 만족감이 높은 작업이 아닐까 싶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써야 작은 아쉬움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대충하자와 세심하자의 중간정도의 성격인 듯 하다. 그래서 지금 작은 아쉬움이 남아서 혹여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요런 부분은 개선해야지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사람의 성격이 작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 인테리어 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색감, 질감, 분위기, 자재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테리어 작업을 되돌아 보면 꼭 나의 모습과도 같은 모습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 집의 모습도 큰 화려함보다 심플함과 깔끔함을 좋아하는 나의 의상스타일을 표현한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커다란 옷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새 집에서 아침 6시에 기상한다. 딸래미를 깨우고, 아침식사를 준비해 남편과 딸을 출근시킨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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