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피스를 써본 적 있나요

악관절 치료

by 은 선

꼬꼬마 시절부터 마른오징어를 좋아했다. 지금에야 반건조 오징어도 있고 쥐포채나 아귀채처럼 부드러운 종류들도 흔하지만, 내가 어릴 때 주로 접했던 오징어는 바짝 마른 갈색 오징어였다. 아주 가끔 비닐에 진공 포장된 조미 오징어를 먹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정말 아주 가끔이었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화투판이 벌어질때가 있었는데, 그때 맥주와 함께 내던 안주가 주로 마른 오징어였다. 시끌벅적한 집에서 늦게까지 잠 안 자고 기웃거리며 조금씩 얻어먹는 마른오징어는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나의 마른오징어 사랑은 고등학생 때까지도 이어졌다. 오징어가 구워지며 O자로 구부러지면 가위로 최대한 가늘게 잘랐다. 접시에 그렇게 수북이 쌓아 놓고 혼자서 한 마리쯤은 뚝딱 해치우곤 했다. 문제는 마른오징어는 말 그대로 바짝 건조시킨 것이라, 굽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매우 딱딱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나는 당시에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상한 말이지만 오른쪽으로는 아무리 부드러운 음식도 잘 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오징어도 왼쪽으로만 씹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던 어느 날. 왼쪽 턱에서 뭔가 딸깍거리는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하품이라도 하게되면 딸깍, 음식을 씹 어도 딸깍. 처음에는 그냥 그 상황이 웃겼고 가만히 두면 알아서 낫겠지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왼쪽 턱에 굉장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턱이 어긋난 것 같고, 왼쪽 귀도 물속에 있는 것처럼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비인후과를 갔는데, 알고보니 턱의 문제는 치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치과에서 턱관절도 치료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내가 갔던 치과병원 내에는 턱관절 전문 클리닉이 따로 있었다. 약이나 주사로 뚝딱 치료 할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턱관절은 그렇게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엑스레이를 보니, 주로 음식을 씹어왔던 왼쪽 턱뼈 일부가 상당히 마모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래턱뼈가 전체적으로,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병원에서 제시한 치료법은 다음과 같았다.


1. 한쪽으로만 씹지 않기

2. 너무 딱딱한 음식 먹지 않기

3. 입 너무 크게 벌리지 않기

4. 턱 근육을 기르기

5. 마우스피스 착용


1번부터 3번까지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갔다. 그런 67 데 4번 턱 근육을 기르라는 게 뭐지? 5번 마우스피스는 또 뭐고? 우선 4번 턱 근육 기르기는, 신체의 모든 근육을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뚝딱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손가락으로 턱을 누르거나 밀어서 저항을 걸어주고, 턱은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근육힘을 기르라고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5번 마우스피스는 말 그대로 마우스피스를 낀 채 살라는 것이다. 턱관절이 불편한 사람은 잘 때 이를 많이 가는데, 이때 치아에 가해지는 압력이 엄청나서 치아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했다. 마우스피스는 그 두께를 정교하게 제작해서 윗니에 꼭 들어맞도록 한다. 윗니와 아랫니를 인공적으로 띄우는 역할이라, 아무리 이를 갈아도 치아끼리는 맞물리지 않는다. 나에게 맞는 마우스피스를 위해 윗니 전체 본을 뜨고 열흘 쯤 지나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


마우스피스를 피팅하러 가면, 높이를 고르게 조정하기 위해 색종이를 질겅질겅 씹는다. 어딘가에 튀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가며 조금씩 갈아낸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마우스피스를 받았는데, 잘 때는 무조건, 낮에도 되도록이면 끼고 생활하라고 했다.


여러모로 울적해졌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어쩐지 투명한 틀니 같기도 하고, 교정이라면 모를까 겨우 스무 살 초반에 이게 뭐람. 게다가 마우스피스는 쉽게 빠지지 않도록 정말 나의 이에 꼭 들어맞게 제작되었는데 그 때문에 치아가 너무 조여서 아팠다. 이 불편한 걸 끼고 어떻게 자라는 말인지.


적응하기 전까지는 발음이 새기도 하고, 가끔은 침이 흐르기도 해서 정말 너무나 싫었던 기억이다.


턱관절도 아프지 않게 된 이후로 마우스피스는 그냥 보관함에 담긴 채 서랍속으로 들어갔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지금은 한쪽으로 씹지도 않고 딱딱한 것 도 먹지 않지만, 아무튼 턱관절도 있을 때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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