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화상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였다. 12월 한겨울이었는데 엄마들이 단체로 산후조리원 건너편에 있는 피부과에 간다고 했다. 피부 시술은 겨울이, 특히 외출을 자제하는 산후조리 기간이 최적의 시간이라나. 시술 후에는 가급적 햇빛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피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만 너무 대충 살았나보다. 이제 겨우(?) 서른 살인데, 나도 신경 좀 써볼까. 결국 나도 따라나섰다. 남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내 눈에는 500원짜리 동전만큼 크게 보이는, 왼쪽 뺨의 점을 빼리라 결심했다. 나중에 남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내 뺨에 점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실제 크기는 커봤자 2~3밀리미터 수준이었을텐데 나는 단체사진에서도 내 뺨의 점이 보였(다고 생각한)다.
피부과에서는 단체 손님을 반겼다. 나에게는 뺨의 점뿐만 아니라 그 외의 잡티도 전반적으로 정돈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이쪽 분야에 아는 건 없어도 관심은 어느 정도 있다는 걸 간파한 선생님은 체험 패키지로 IPL을 받으라고 했다. 난 IPL이라는 말도 그때 처음 들었는데, 대충 레이저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결국 2회 ‘체험’을 하기로 했다.
마취 크림을 바르고 점부터 뺐다. 왼쪽 뺨의 점은 크진 않아도 깊다고 했다. 왼쪽 볼살을 뚫고 들어오는 듯 굉장히 아팠고 오징어 타는 냄새가 났다. 의사 선생님은, 점을 제거하긴 했지만 나처럼 깊은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다시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진짜로 그 자리에 다시 점이 생겼다). 그 외에 나머지 작은 점 몇 개를 제거할 때는 훨씬 덜 아팠다.
점을 뺀 후에는 IPL 시술을 받았다. 눈을 가려도 레이저를 쏠 때마다 빛이 번쩍번쩍했다. 그에 맞추어 나는 움찔움찔했다. 선생님은 나더러 겁이 많다고 했는데, 시술 부위가 따끔거리기도 하거니와, 이렇게까지 번쩍거리는 빛이 눈에는 별 이상이 없을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술하는 동안 어찌나 긴장했는지 끝나고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시술 후에는 딱지가 생길테니 만지거나 뜯지 말고 자연스럽게 탈락하도록 두라고 했다. 화장, 세안, 혹은 가벼운 샤워는 가능하다고 했으나, 어차피 산후 조리 중이라 어지간한 것들을 꾹 참고 있던 중이었다. 피부재생을 돕는 재생 크림을 바르고 보습크림도 수시로 바르라고 했다.
며칠 뒤, 나의 얼굴이 ‘깨순이’로 변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울적해졌다. 얼굴이 깨끗해지기는커녕 더 엉망진창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의 힘은 위대해서,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정말 알아서 딱지가 떨어지고나니 피부가 좀 더 깨끗해진 것 같았다.
몇 주 후 병원에서 오라는 때에 맞춰 2차 시술을 받으러 갔다. 이미 한 번 겪었어도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되려 더 무서워서, 번쩍번쩍할 때마다 온몸이 움찔거렸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얼굴에 딱지가 져도 그러려니하며 넘길 정도는 되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왼쪽 광대뼈 쪽 피부가 계속 욱신거린다는 거였다. 마스크팩을 차갑게 해서 붙여보기도 하고 크림을 잘 발라주었는데도 붉은기는 여전하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계속되었다. 알고보니 IPL 시술을 받은 부분 중 일부에 화상을 입은 거였다. 병원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며 회복은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저는 두 달 뒤면 출근해야 하는데요, 하며 항의했더니 결국 초기에 결제했던 금액의 반을 돌려주며 화상이 나을 때까지 치료를 해주겠다고 했다.
다행히 화상 입은 부분은 직장으로 복귀하기 전에 흉터없이 낫기는 했으나 이 일로 몇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첫째로는, 나는 병원에 치료만 받으러 다녀야 겠다는 생각. 치료도 힘든데 미용까지 신경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둘째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자는 것이 었다. 그냥, 나는 생긴대로 사는 것으로... 치료 목적 외에는 피부과를 포함한 병원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IPL은 빛으로 여러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것으로, 엄격하게는 레이저와는 다르다고 한다.
레이저는 저마다 고유의 파장을 가지고 있어 한 가지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고, IPL의 경우 여러 파장이 섞여 있어 색소, 탄력, 혈관 등을 한 번에 두루 치료할 수 있다.
강한 열을 전달해 병변 부위를 딱지로 만들어 잡티 치료에 효과적이다. 다만 IPL은 유행에서 조금 밀려난 시술로 인식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피부과에서 덜 선호하기도 하고, 조사 면적이 레이저 장비에 비해 크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더 넓은 부위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