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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clara May 08. 2020

초보 팀장의 조직관리

32살이 되던해에 처음 팀장이 되었다.

IT업계의 특성상 평균연령이 어렸고, 당시 그 조직에 가장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동년배 동료들 사이에서 팀장이 되었다.


처음 팀장이 되면 다들 그런 진통을 한번쯤은 겪는 것일까.

17명의 팀원을 관리하면서 팀원들은 매일 원망섞인 면담을 요청해왔고, 나는 정신과 상담을 시작해야만 했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팀장만 안하게 해주면 회사가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다고 호소하고서야 겨우 그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몇년이 지난 지금은 팀원에게 "팀장님이랑 같이 계속 일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 업력이 조금은 쌓이게 되었다.


팀을 리드하면서, 그리고 동료 팀장들과 나의 상위 조직장을 경험하면서 내 나름의 일맛나는 조직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언젠가는 내가 최상위 조직장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고, 그 조직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일맛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아래는 내가 생각나는 일맛나는 조직은 어떤 조직일까에 대해 내린 답들이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잊지않기 위해 정리해 본다.




| 사소한 이야기가 자주 오가는 조직


K사의 일부 개발팀에는 스크럼회의라는게 있었다. 팀원들이 매일아침 원형으로 모여서서 전일 있었던 개발이슈를 가볍게 공유하는 스탠딩 미팅인데, 나도 담당 기획자여서 매일 참석했다. 참석 초기 아직 스크럼이 낯설고 부끄러웠던 나는 가서 어떤 이야기를 공유해야할까가 매일 고민이었고, 결국은 쥐어짜도 할 이야기가 없는 날이 왔다. 결국 "저는 공유할 이슈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했고, 당시 팀장님의 답변은 "어제 저녁에 뭐먹었는지라도 이야기하세요"였다.


그때 그 조직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모든 팀원이 생기 넘치는 팀이었고 기획서를 들고 리뷰를 하러가면 거의 한사람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내는 팀이었다. 리뷰회의가 끝난 다음날이라도 내 자리에 찾아와 "저는 이런게 좀 걱정이 돼요"라며 의견을 내는 분도 있었다.


이런 파편적인 경험이 그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몇년후 어떤 책에서 "사소한 사적인 이야기를 할수 있는 조직이라야 중요한 업무 이야기도 할수 있다" 라는 맥락의 글을 보는 순간 이전의 경험들이 실로 꿰어졌다.


회사의 리스크는 조직 내부에서 먼저 신호를 보낸다. 신제품 개발시 리드하는 사람이 조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무자들이 우려되는 점들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회의실이 아닌 복도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각자의 걱정을 털어놓는다. 제품은 그대로 출시가 되고 소비자들의 뼈아픈 후기를 보고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어제 누구와 뭘 먹었는지, 어떤 영화를 봤는지 같은 정말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평가받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라야 회의실에서도 회사의 잠재 리스크를 누구나 이야기할수 있다.


사소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위에 언급한 개발팀처럼 데일리 스탠딩 미팅을 진행할수도 있고, 팀장이 빠지지 않고 팀원들과 자주 점심을 먹는 방법도 있다. 팀원들이 불편할까봐 먼저 점심시간에 빠져주는 팀장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


내 인생의 모토가 있다.

"작게 실패하고 크게 성공하라"

작은 실패를 통해 빠르게 배우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성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경쟁사A의 A'가 될뿐 앞서 나갈수 없다.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시도하고 레슨을 얻어 다음으로 도약해야만 앞서나갈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 이야기가 조직에서는 잘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화를 예로 들어보자.


A사에서는 흔히들하는 인스타그램 광고로 지난 1년간 매출을 성장시켜 왔다. 이제 성장 정체기에 도달을 했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 A사의 마케팅 실무자는 TV PPL을 제안하고, 어렵게 설득한 끝에 진행하기로 한다. 그런데 PPL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전혀 브랜드 인지도나 매출 상승이 따라오지 않은 것이다.


이 때, A사의 대표나 팀장이 이를 비난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A사는 영원히 기존 마케팅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실무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검증된 마케팅 방법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왜 PPL 의 성과가 좋지 못했는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레슨을 얻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팀장은 책임을 따지는 분위기를 만들것이 아니라 해당 실무자로 하여금 철저히 회고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한다.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실패라면 시도해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 근태가 아닌 성과를 관리하는 조직


팀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면 팀 외부에서 "그팀 참 성실하다"는 평가는 확실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일잘하는 사람들을 당길 수는 없다.


각자 일을 잘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밤늦은 시간에 일에 더 집중이 잘돼서 밤에 일하고 아침잠이 많은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네트워킹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점심시간을 남들보다 좀더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케이스를 시간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하려다 보면 그 기준에 벗어났다고 낮은 평가를 사람들은 모티베이션이 꺾일 수 밖에 없다.


근태를 관리하지 않으면 근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 반대로 불이익을 보지 않느냐고 반문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애초에 평가기준을 근태관리로 은연중에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팀은 근태가 아닌 성과로 평가하겠다고 선언하면 이런 내부불만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조직문화를 만들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빌미로 동료에게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은 일대로 하지 않으면서 근태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일잘하는 사람들을 동기부여 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성과의 많은 부분은 그들에게서 오고, 일잘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직문화가 또다른 일잘하는 사람들을 당기기 때문이다.

 

카카오 조수용 대표의 인터뷰 내용중 비슷한 내용이 있어 인용해본다.


저는 수천 명의 직원, 노조까지 있는 대기업을 경영하고 있어요. 다만 중심은 확실해요. 우리 인재상은 유능하고 열정 있고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에요. 저는 ‘좋은 친구들’이 안전하고 계층이 없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걸 전체 직원으로 확장하진 않아요. 우리가 고마워하는 친구들이 우선이지요 (중략) 조직에는 좋은 정책을 악용하는 골칫덩이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선량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기준으로 정책을 펼쳐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4/20191004013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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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분들이 퍼가시는지 너무 궁금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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