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겠습니다 part2.
면담하던 날 2주만 더 고민해달라고 으레 듣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겠다고 했다. 내 결론은 바뀌지 않겠지만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는게 예의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이틀뒤 대표가 미팅을 요청했다. 보통은 나가는 사람이 조급해서 숙려기간 전에 면담을 요청하는데 이번에는 조직장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고 하다니 조금은 의아했다.
대표는 미안하다고 했다.
이틀동안 내리 이 생각만했다고, 자신이 잘못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했다.
대표님 탓이 아니라고, 당신은 내가 본 최고의 리더였고, 내가 떠나려는 이유는 조직에 불만족해서가 아니라고 길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표는 평소에 내가 묵묵히 해준 일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부터 이런 저런 일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면 안되겠냐고 했다. 내가 퇴사를 다시 고민해보는게 아니라 자신이 부족했던 걸 만회할 시간을 달라고.
팀의 리더가 되면 팀원이 조직을 옮기거나 퇴사한다고 할 때 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나가겠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입밖으로는 크고 작은 원망이 나온다.
내가 처음 팀장이 되고 팀원이 퇴사하겠다고 말했을 때, 내가 잘못해서 그런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입으로는 원망했다. 이제 업무롤이 안정화되어 가는데 갑자기 나가겠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업무분장 전에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몇번의 조직이동과 퇴사과정에서 들었던 것 역시 원망이었다. 나를 원망한 이전의 조직장들도 자책하는 마음이 컸겠지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대표의 미안하다는 말에, 평소에는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던지는 그 한마디에 처음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100%확신을 가지고 던진 퇴사선언이었는데...
지금까지 조직이동이나 퇴사를 결심하고 단한번도 흔들려본적이 없었다. 카운터오퍼로 승진제안도 있었고, 리텐션 보너스도 제안받았지만 금전적인 조건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돈 때문에 결정을 바꾼다는건 자존심과 맞바꾸는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리다니. 지금은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중이다. 어떤 결정을 하고 싶은지.
내 퇴사결정과는 별개로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얻는거구나라는걸 퇴사과정에서 배우고 있다.
돈을 매개로 이기심을 받으면 이기심만큼을 돌려주게되지만,
마음을 받으면 마음을 돌려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