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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08. 2023

2023년 첫 번째 주

New Year New Me! 새해가 돼서 처음 해본 것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을 하겠다고 만사 다 재치고 회사만 생각했던 2022년, 나의 만다라트는 여러 엑스들로 채워졌고 초록창 블로그의 기록 챌린지로 나의 ‘일주일기’는 두 조각으로 나뉘고 말았다. 그래도 스물몇 주차씩 2/3의 기록을 남긴 것도 장하다고 해줘야 할까 싶었지만, 애써 이 정도면 잘했다고 포장하고 괜히 용서 아닌 용서를 해주기도 싫었다. 학교 생활이나 공부가 그런 것처럼, 뒤돌아보면 당시에 어려워했던 것들도 다 쉬운 걸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나 하는 데 15분씩, 20분씩 잡고 버거워하던 작년 1월의 나와 하나 끝내는 데 채 2분도 걸리지 않게 된 나는 같지만 다른 사람. 고작 앞자리가 2022에서 2023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심삼일의 목표들을 또 한 번 만다라트 가득 채워보았다.


토요일에서 일요일이 된 것뿐인데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었다는 이유로 뭔가 더 부지런하고, 더 빨리 일어나야 하고, 좀 더 지체 없이 움직여야 할 것만 같은 일요일. 전날 저녁에만 해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 하고 집에 있고 싶었는데, 날이 밝으니 또 내 안의 역마살이 기지개를 켰다. 고민도 잠시, 근처 강화라도 가서 밥이라도 먹고 오자고 몸을 일으켰다. 왠지 한 해의 첫날 퍼져 있으면 한 해 내내 퍼져 있을 것만 같다. 이미 3년을 몸을 웅크리고 살았는데, 또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괜히 더 힘을 내서 돌아다녀본다.


가는 길에 도롯가에 있는 노점에서 곶감을 샀다. 추운 날씨에 제대로 된 난방기구도 없이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앉아 계셨다. 시외로 나오는 날이면 종종 사과나 복숭아, 포도 같은 것들을 사 먹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의심 없이 하나를 집어 들 찰나, 까만곰팡이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를 입에 넣으려던 엄마를 급히 멈추고 차분하게 다시 바꿔오라고 말했다. 환불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정초부터 그럴 수 없었던 엄마는 감말랭이로 바꿔왔고, 한번 든 의심은 사라지지 않아, 결국 몇 조각을 먹다가 이내 멈추었다. 이 말랭이들은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시장에서 깨끗하게 포장된 곶감과 말랭이를 볼 때마다, ‘여기도 만 원밖에 안 하네’ 하면서 한숨을 쉬었지만, 적어도 그 만 원으로 따뜻하게 주무셨으면 좋겠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왔던 강화지만 밴댕이 구이와 회를 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 오면 항상 순댓국과 밴댕이 회덮밥을 먹었었는데, 큰맘 먹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았다… 라기보다는 온 사방 천지가 모두 밴댕이 2인 세트뿐이라 그것밖에 먹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입 안에 씁쓸함이 돌았다. 번듯한 건물도 없이 흡사 커다란 하우스 같이 생겼을 때부터 찾아왔던 시장이었고, 커다란 주차장도, 깨끗한 화장실도 생긴 지금도 강화에 올 때면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으레 들러서 따뜻한 순댓국을 먹었는데, 이제는 순댓국을 파는 곳이 어딘지 잘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내가 아는 곳이 내가 아는 곳이 아니게 된 느낌.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너무 아쉽고, 슬프다.



처음 가보는 ‘희와래 로스터스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엄마가 좋아하는 콜드브루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라테를 시키고, 비건 메뉴라는 바나나 초코 타르트를 시켰다. 가본 적 없는 카페에서 먹어본 적 없는 메뉴를 먹고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몸을 녹이는 일. 여기에 딱 강아지 한 마리를 꼭 안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괜히 나와 10여 년을 함께한 백구를 생각해보는 날. 나중에 강화로 이사 오게 되면, 백구를 닮은 새 식구를 맞이해서 넓은 뜰에서 뛰놀 수 있게 해 줘야지.



새해 들어 처음 재택하던 날, 퇴근 후 코스트코에 들러 항상 생각만 하고 선뜻 사지 못했던 황도를 샀다. 내 팔뚝만 한 크기의 큰 병에 가득 담긴, 내가 먹어보고 싶었지만 먹지 못하고 돌아온 납작 복숭아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한 10분 정도 뚜껑을 따지 못해 애를 먹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무 남자분을 붙들고 제발 따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결국 아무도 따지 못한 절임병의 뚜껑을 쥐고 있던 포크로 냅다 후드려 팼다. 어라, 그랬더니 열렸다. 역시, 두드리면 열리는 것인가. (아멘)



몇 달 내내 고민하던 아이패드 스탠드도 구매했다. 이번에 방콕 여행에서 매직키보드도 업어왔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더 이상 필기용으로 사용할 일이 사라진 아이패드를 이렇게 기록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좀 더 목이 아프지 않게 유튜브 머신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아이패드를 활용하는 것은 작년에 못 지켜서 올해로 넘긴 New Year Resolution)



힘들었던 첫 한 주를 잘 정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언젠가 가보자더니 2022년이 다 가도록 가지 못한 #숙성도 를 찾았다. 항정살과 가브리살을 명란젓을 비롯해 멜젓, 갈치젓, 소금, 등 온갖 종류의 소스에 찍어먹자니 배가 점점 불러왔다. 이거지, 한 주를 잘 마무리하려면 고기 정도는 먹어 줘야지.



크리스마스에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매니저님이 손에 쥐어주신 바샤커피를 드디어 마셔보았다. 2023년의 첫 드립커피는 이렇게 고급스러운 향과 함께 시작.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나의 2023년 계획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왠지 연말 느낌이 나지 않아서 계속 2022년에 맞춤표를 찍지 못하고 끌어왔는데, 한국인에게는 구정이 있으니까. 구정까진 2022년이라고 우기고 좀 더 탄탄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2023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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