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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Aug 15. 2022

2022년 스물한 번째 주

아직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5월의 봄날, 2022년 스물한 번째 주의 일상,


길어지는 트레이닝, 지쳐가는 새싹 직장인


5월이면 끝나겠지 싶었던 트레이닝이 끝나기는커녕 또 다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모든 프로세스를 이제야 다 배웠나 싶었는데, 또 다른 것들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는 하루가 계속되자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 싫게 느껴졌다. 학교 생활을 할 땐 매달 들어오지 않는 월급이 너무 아쉬워서 회사를 다니고 싶었고, 취직을 한 뒤로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었는데, 한 5개월 정도 지나니 월급 처방도 그 효력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버티고 익숙해져야 괜찮아질까, 고민스러웠던 5월의 마지막 주.


아직도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고작 일주일에 이틀 복귀했을 뿐인데 더욱더 꿀같이 느껴지는 금요일의 재택근무. 오후 업무가 한창인 와중에 매니저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야기. 그로 인해 다음 주는 재택근무를 하면 된다는 말이 반갑게 느껴지는 한편, 또다시 코로나가 내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 같아서 썩 유쾌하진 않았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며 2월부터 4월까지 재택근무를 했는데, 이제 막 복귀를 하는 와중에 코로나라니. (이 글을 쓰는 8월에도 같은 말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별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벗어 보았다


찬란한 햇빛이 내리쬐던 5월

5월 2일, 실외 마스크가 해제된 이래로 처음 마스크를 벗어 보았다. 물론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은 출근 혹은 퇴근길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밤, 짧은 산책을 할 때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는 것뿐인데도 오랜만에 들이켜보는 자연의 향(?)이 퍽 좋았다. 늦은 밤에 산책하는, 그것도 산이나 들, 논과 밭 근처에 사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촉촉한 흙내음을 누리며 천천히 걸어 보았다. 비단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도 마스크를 써왔지만, 내가 쓰지 않는 것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지만, 정말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되겠지, 20분의 짧은 해방으로 위안을 삼아 본다.


나의 시간은 흐르는데 그들은 멈춰 있구나


어릴 땐 그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가끔 차라리 어릴 때가 더 좋지 않았나 하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엄마 아빠의 허락 없이 텐텐을 한 통씩 사 먹고, 구슬 아이스크림을 원하는 만큼 퍼 먹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만, 내가 아는, 그리고 나를 아는 이들이 하나둘씩 떠나간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비단 지인뿐만 아니라 평생 마주칠 일 없는 연예인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들곤 하는데, 점차 나이를 먹을수록, 아, 나보다 훨씬 어른이었던 것만 같은데 지금 보니 참 어렸구나, 하면서 시무룩해지는 일의 반복인 것이다.


생리대를 살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지원사업을 펼쳤던 설리도 그랬다. 고작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던 설리. 서동요의 공주님이 체고생 재희가 되었을 때도, 인기가요에서 춤을 출 때에도 나보다 먼저 사회에 첫발을 딛고 살아가던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내가 설리보다 더 어른이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참 오빠 같았던 종현도 해가 바뀌면 동생이 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스물여덟의 지인도 아직 어렸구나, 하면서 이해가 된(되려고 한)다. 나에게 계속된 내일이 허락되어 있다면, 40대의 아빠도, 60대의 선생님도, 80대의 할머니도, 그들의 삶도, 시각도, 생각도 이해하고 공감할 날이 오겠지.


오늘도 흐르는 나의 시간은 멈춰있는 그들을 쫓아 하루하루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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