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귀여울 때
집에서 맞이한 회사생활 2일 차. 화상으로 제공된 real-time 트레이닝에서 나보다 몇 주 먼저 들어와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 동기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분명히 동기가 있다고 했는데 몇 주 내내 혼자만 앉아있어서 불안에 떨었다는 내 동기. 대학교에 다닐 때는 겨울학기에 들어가는 바람에, 대학원에 다닐 때는 딱 한 명 있던 나의 동기가 한 학기 이후에 사라지는 바람에, 직장에서는 모두가 5년, 10년 경력자인데 나 혼자 무경력의 1년 차로 입사를 해왔던 탓에 한 번도 '동기'를 가져본 적 없는 나는 그(Xe)의 인사가 퍽 반가웠다.
본인이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살갑게 다가가지 못해서 (아니다, 그건 나다) 미안하다며 폭풍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에 심각한 표정으로 트레이닝 강의 녹화본을 듣고 있다가 와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다음 날 대면 근무를 하니, 그때 더 반갑게 인사하자는 말을 끝으로 업무로 돌아왔다. 마치 말하는 다람쥐와 이야기하고 있는 기분에 마음속 어딘가에서 '귀여움'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다음 날, 7시에는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6시 38분에 일어나고 만 나는 5분 만에 머리를 감고, 또 다른 5분 만에 화장을 하고, 또 남은 5분 동안 옷을 입고는 부랴부랴 토스트 하나를 입에 욱여넣은 채 지하철로 향했다. 이럴 때만큼은 레이싱 선수 뺨을 후려칠 정도로 빠른 - 사실 그 반대로 느껴지지만 - 엄마의 차를 타고 가까스로 내가 타야 할 텅 빈 수인선에 오르자 그제야 안도감에 식도로 넘긴 빵도 위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회사로 향하는 거리 곳곳에는 트리를 비롯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번개같이 서두른 덕분에 회사에 늦지 않게 서울에 입성한 나는 사진을 찍는 여유까지 부리며 느릿느릿 회사로 향했다. 업무 쉐도잉을 하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순삭 된 아침 업무 시간 이후 맞이한 점심시간. 점심 식사 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고, 그제야 동기와 제대로 된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더 다람쥐 같이 귀여운 내 동기. 그때까지만 해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마냥 더 귀여웠다. 어떻게든 사람들 말에 반응하려고 애쓰고, 친해지기만 하면 토킹 머신이 되는 나는 초면에 낯을 심하게 가리기 때문에 생각만큼 살가운 대답이 돌아가지 않을 텐데도 (노력해도... 잘... 안된다) 부단히 살갑게 다가오는 그가 고마웠다.
실제로 얼굴을 보기 전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회사 사람들이 함께 점심을 먹고 나니 조금은 더 편하게 느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사탕이며 초콜릿, 견과류를 들고 내 자리에 와 나누고 가는 나눔 요정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낯을 가리나 내 속으로 조용히 한탄을 하면서 하는 일을 계속했다 (ㅋㅋㅋㅋㅋ그 와중에 집중력 봇..) 이전 회사에서도 마치 도라에몽 같은 가방에서 (원래 이건 내 포지션인데...!) 이것저것 먹을 것을 꺼내 내 품에 안겨주던 쥠님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회사에는 원래 이렇게 다람쥐 같은 사람들이 많나 싶어 여기도, 저기도 귀여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저녁에 일정이 없으면 저녁을 먹고 가지 않겠냐는 말에, 주변에 눈여겨본 베이글 집이 있는데, 그곳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제안하였다. 출근하는 날이 아니면 서로 볼 일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만났을 때 최대한 얼굴을 봐야 한단다. 서울에 올라오는 순간 집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는 나지만,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그 초대에 선뜻 응했다.
다람쥐 같은 동기, 동료들, 엄격할 것 같은데 사실은 일이 많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뿐인 상사들을 보면서 직감했다. 회사, 잘 들어왔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