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안에 창작혼을 깨워라: 늴리리야

by 환한

<늴리리야>를 경기민요인지 남도민요인지 구분하라고 하거나, 무슨 장단으로 연주되는지 쳐보라고 하면 또 몰라도, 적어도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늴리리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늴리리야는 경기민요의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를 잘 나타내는 민요이자, 후렴과 절의 음이 같아서 배우기도 쉽다. 굿거리장단을 사용하지만 빠르게 연주되기 때문에 곡의 분위기가 밝고 흥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2013년에는 아이돌계의 아티스트, 빅뱅의 지드래곤도 늴리리야를 도입부에 사용한 <늴리리야>라는 곡을 발매했더랬다. 그래서 늴리리야는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곡이 되었다.


자그마치 20년 전 배웠던 곡이라서 단 한 번도 가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경쾌한 멜로디와는 상반되는 속 깊은 감정과 의미를 담은 가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포스팅에서는 가사의 한글 번역본과 더불어 곡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고 필자와 다른 시각으로 곡을 해석했다면,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화려한 기교를 빼면 음의 진행 자체는 간단하다.



1. 청사초롱 불 밝혀라 잊었던 낭군이 다시 돌아온다.

Light up the lantern, turn on the lantern, my dear husband is on his way.


늴리리야의 1절은 바로 이곳저곳 나오는데도 많은 '청사초롱'이 장식하고 있다. 과거 세손에 의해 사용되었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 일반 대중의 혼례식에서 사용된 청사초롱. 그래서인지 청사초롱은 '결혼'이나 '신혼부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청사초롱: Korean Traditional Lantern (with a red-and-blue silk shade)

청사초롱의 유래와 상징하는 바를 간단히 덧붙여서 소개하면 좋겠다. 청사초롱을 만들 때 사용되는 빨간색과 파란색, 음과 양(Yin and Yang, Positive and Negative)까지 설명할 수 있으면 플러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레드니 블루니 하는 실크가 아니라 집으로 돌아오는 낭군을 위해 불을 켜는 것. 청사초롱(lantern)을 준비했으니 이제 그 불을 밝힐 차례다.


불밝혀라 - 불 V 밝혀라
불: fire ; light
밝혀라: light (up), brighten (up); Turn on


다음은 낭군. 혹시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극 중 홍심(남지현 분)은 원득(도경수분)의 '낭군'이다. 이는 (특히 신혼의)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이다.


낭군: The way young female called their husband.


얼마나 많은 낭군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아내와 가족을 뒤로한 채 군역이며 노동을 하러 집을 떠나야 했을까? 1절은 청사초롱의 불을 밝히며 낭군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2. 일구월심 그리던 님 어느시절에 만나볼까

When can I meet my love again, endless waiting (is) waiting for me.


명사로도 형용사로도 사용되는 일구월심은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간다'는 뜻으로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마음을 뜻한다고 한다 (출처: 다음 사전).


일구월심을 설명하기 전에 4자로 된 사자성어;고사성어라는 개념에 대해 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고사성어가 더 적합하지만, 신서유기 등의 예능으로 사자성어를 접해봤으리라 하고..)


사자성어는 네 글자로 이루어진 (Four Character Idiom) 한자로 쓸 수 있는 (can be written with Chinese Characters) 교훈이나 유래를 설명하는 단어(Lessons or origins)이다.


일구월심 또한 다음의 네 한자가 결합된 고사성어이다.

일 (日) : day, sun
구 (久) : a long time
월 (月) : moon, a month
심 (深) : deep, deepen


이를 직역하면, 'The day is long and the moon is deepening'이지만, 의역하면 'Things get larger and deeper as time goes by'가 된다. Desperate (간절히 바라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좋겠다. 마치 결혼 1년 차와 10년 차의 부부가 아이를 원하는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크고 간절해지는 것 같이.


3. 산은첩첩 천봉이요 물은잔잔 백곡이라.

Layers of Mountains, thousands of them. Water comes everywhere, calm and peaceful.


세 번째 절은 의역할 필요도 수고도 필요 없지만 여러 단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어렵다.


첩첩: Multiple layers
천봉: Many mountains


'여러 겹'이라는 뜻의 '첩첩'은 고속도로를 쭉 내려가다 보면 보이는 여러 겹의 산들이 생각나는 단어. '첩첩산중에 길을 잃다'와 같은 예시와 함께 설명하면 좋겠다.


천봉을 직역하면 천 개의 산, 또는 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옛날 사람들에게 '천'이라는 숫자가 주는 크기를 생각해보면 '여러', '많은' 봉우리라고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이때, '열의 열 사십소서'가 백 살을 뜻하는 것처럼 백을 넘어 천 개의 봉우리를 생각할 때 천봉이 가져올 감정적 크기를 함께 생각해보자.


잔잔: '잔잔-하다'(adj); being calm (e.g., water or wind), quiet, and peaceful atmosphere
백곡: all kinds of grains


'백곡'은 'all kinds of grains', '모든 종류의 곡식'이라는 뜻으로 사실 물이 잔잔하다는 것과는 매칭이 잘 되지 않아 생각이 많았다. 그러다 '모든 골짜기의 물이 모이는 곳;바다'라는 뜻을 가진 '백곡 왕(百谷王)'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백곡왕: the place where the water from every valley gather together


백곡보다는 백곡왕인데 '왕'이 탈락된 것이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4. 어제 청춘 오늘 백발 가는 세월을 어이하리

The youth is gone, now I got old. No one can hold and stop the time.


"어제 청춘이 오늘 백발이라"는 말은 우리가 세월이 빠름을 이야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이 문장이 흔히 사용되는 '관용구'라는 점에서 한국어의 특징까지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절이다.


Yesterday, I was young. But today, I am old. We cannot do anything about the time that passes.


5. 왜왔던고 왜왔던고 울리고 갈 길을 왜 왔던고.

Ver 1: Why did he come, why did he come. Did he come to make me cry?
Ver 2: Why did I come, why did I come. Did I come to see her cry?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말 머리를 탁 쳤던 가사이다. 첫 번째 버전은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입장에서 '나를 이렇게 울리고 갈 거였으면 왜 왔냐'라고 이야기하는 다소 일반적인 해석.


하지만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본 가사를 남자 가창자가 가창할 경우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마치, "내가 왜 왔던가, 저렇게 우는 것을 보러 왔던가." 하고 읊조리는 것을 말이다.


이제 내 안의 창작혼을 불태워 볼 차례!


내가 늴리리야를 좋아하는 것은 바로 내 안의 창작혼을 불태워 스스로 가사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다른 경기민요도 다 가능하겠지만) 시작은 열한 살 때 늴리리야로 축가를 부르게 되면서였는데, 사실 한양 낭군을 따라 한양을 간다거나 열한 살 짜리가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단어로 구성된 단어들 때문에 그저 입만 벙긋대며 기교나 부리는 것보다는 직접 가사를 만들어 노래해보라는 엄마의 말 덕분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가사는


한양 서울 좋다는데 내가 한번 가보리다
하나뿐인 우리 지구 내 아니면 뉘 지키리


이었고, 그 후로 계속해서 틈만 나면 나만의 가사를 만들어왔다.


한국어와 영어로, 그 어느 언어로라도 자기 안의 창작혼을 불태워 작사가가 되어 볼 생각이 있는가? 직접 만든 가사를 댓글로 남겨 주신다면 나 좋자고 하는 일이지만 작업하는 즐거움이 불쑥불쑥 솟아날 것 같다.



그리고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몇 가지


유튜브 동영상

https://youtu.be/0WRnlttP2IE


그리고 민요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거나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미래의 선생님들을 위한 자료


그리고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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