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그런 걱정은 선생님들에게 맡겨 주세요.

by 환한

학생이던 시절엔 전기장판 위에서 귤 까먹으면서 티비보는 1월이었는데, 선생님이 되고 보니 1월은 할 일이 넘쳐나는 일복 터지는 달이 되었네요. 저는 2018년도 학기를 마무리짓고 새로운 1년을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중요 의제로 '신학기 학부모님 오리엔테이션'과 '레벨테스트 준비' 및 '7세 졸업 준비', 그리고 '신학기 반편성 및 담임/부담임 배정'을 다뤘는데요. 오리엔테이션 날짜를 정하다가 문득, 작년과 제작년 오리엔테이션이 생각났어요.


제가 일하는 Sky Earth Academy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폴X, 단풍곰과 같은 프랜차이즈 어학원이 아니에요. 기존까지는 네 명의 선생님, 2019학년도에는 총 다섯 명의 선생님이 한반 정원 8명의 소규모 수업을 끌어가게 될 비교적 작은 어학원입니다. 덕분에 대규모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대신, 반별로, 특히 신규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담임/부담임이 중심이 되어 오티를 합니다.


이 때 저는 보통 1년 동안의 대략적인 수업 계획, 더 자세하게는 첫 분기 교재 라인업과 숙제, 신학기 준비물 등,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가는데요. 저는 이 때 특히 이 시간을 그저 제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끝내지 않고, 질문지를 준비해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특히 유치부 친구들은 급식까지도 같이 먹기 때문에, 알레르기와 같은 체질, 하원 계획 (태권도, 피아노 등), 등하원 보호자에 대한 정보, 그리고 나아가 아이들의 성격에 대해서도 물어봅니다. 귀찮으실수도 있지만, 아이들에 대한 일말의 정보가 없는 2월달의 저에게 3월을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만약 신입 선생님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꼭! 학기 초에라도 질문지를 만들어보세요. 꼭! 아이가 이전에 선생님이랑 어떻게 지냈는지, 보통 7세의 경우 다른 유치원에서 옮기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왜 옮기는 것이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영어 유치원이니만큼 어느 정도 영어에 노출이 되어 있는지도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서론이 길어졌지만 사실 오늘 포스트의 주제는 오티때 제일 많이 받는 질문/걱정이었습니다. 바로 "영어를 전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였어요.



1. 영어를 전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그 걱정은 저희가 다 할게요. 넣어 두세요!"


며칠 전, 지인에게서 다음과 같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일반 유치원을 다니다가 일곱살이 되어 유치원을 옮기는 경우였는데, ABC노래를 제외하고는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완전 비기너인 친구에요. 제가 영유 고민할때부터 수없이 상담을 해줬었는데, 등록하고 나서도 걱정이 많더라구요. 등록 전에는 국어 공부, 수학공부를 걱정하더니, 이제는 알파벳 모르는게 신경쓰이는가보더라구요.




'red', 'pink'는 모르는데 '레드', '핑크'는 알고. ABC송은 아는데 ABC 쓸 줄은 모르는 완전 초급 친구들.


제가 가르치는 비기너 반은 영어를 조금 배운 적 있는 친구들이나 전혀 모르는 친구들, 어디서 노래 등등을 통해 많이 들어 본 적 있는 친구들, 등 다양한 친구들이 올 수 있는 반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영어에 대한 기본기가 전혀 쌓여있지 않은 친구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친구들을 '제일' 좋아합니다. 언어를 배우게 되면 '화석화 된 오류'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어중간하게 지어진 집은 부실한 부분을 잡기 위해서 이미 쌓여있는 벽돌을 보수해야하지만,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집은 땅의 기반부터 다질 수 있거든요. 영어를 배우고자 왔는데, 영어 모르는 게 흠은 아니잖아요. 더구나 1년차 반인걸요!




2. 그럼,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사실 영어를 모르는 것 보다도 '적응'을 많이들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등원 하루만에 선생님들과 절친짱친이 되는 친화력 갑의 친구들도 있고, 한 달 내내 눈물바람에 선생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게 하는 친구들도 있죠.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이 있다면,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요.


등원 길에 아이가 운다면, 며칠만 매정하게 떠나가 주세요. 금방 괜찮아 질겁니다.

'아이가 등원하기 싫대요.' 일주일만 어머님께서 견뎌주세요. 영어라는 여정을 함께하는 전우(친구)가 생기면 이또한 금방 괜찮아 질 겁니다.


저희 원에는 한국어를 사용하시는 선생님이 딱 한 명 있습니다. 5세반을 맡고 있는 교수부장님이 그런데요. 이 글을 한국어로 적고 있는 저 마저도 아이들 앞에서는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 원의 아이들은 사실상, '물 마시고 싶어요'의 '물'도 뭔지 모르는데, 말 안 통하는 외계인 앞에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그래서 3월과 4월은 영어란 늪에 빠진 아이들이 몸부림치고, 어머님들은 혹시나 힘들까 몸이 닳고, 아직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 안 된 선생님들은 방황하게 되는 격동의 혼란기를 아이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됩니다.


이 때 제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몇 가지 공유해드릴게요.


1. 엄마한테 전화해주세요!

한 달 내내 눈물바람으로, 외국인선생님만 보면 펑펑 우는 아이가 있었어요. 틈만 나면 교실을 탈출해 원장님에게 엄마에게 전화해달라고 애원하곤 했는데, 어머님께서도 때마다 전화해서 아이의 목소리를 듣곤 하셨습니다. 아이가 울자, 괜찮았던 친구들도 갑자기 생각나는 엄마 얼굴에 울고... 결국 한동안 외국인 선생님의 전화까지 빌려가며 한참을 전화했던 적이 있었어요.


:해결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가 생기고, 전화하는 대신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선생님(원장님, 스태프, 교수부장님)들에게 달려가 코리안타임을 잠깐씩 가지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께도 점차 빈도수를 줄여 나갔어요.


2. 아이가 괜찮아 질 때까지 제가 교실 밖에 있을게요!

가장 힘들었던 유형입니다. 엄마와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던 친구고, 학부모님께서도 실제로 창문 밖에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앉아 계셨어요. 수업 중간 중간 쉴 때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대신에 어머니 품에 달려가 안겨 있었고, 수업을 진행하고자 할 때에도 고충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괜찮아지는 시간은 점심 먹고 친구들이랑 놀이시간을 보낸 뒤, 40분간의 subject class때였는데요. 이때는 여러 활동을 하기 때문인지, 어머니를 보지 않고도 방긋방긋 잘 놀았지만, subject class가 끝나고 숙제 준비를 할 때, 같을 때에는 어김없이 엄마를 찾곤 하더라구요


이런 나날들이 한달을 넘어 가게 될 때 쯤, 외국인 선생님이 결단을 내렸어요. 저희를 믿고 오지 말아달라. 처음엔 엄마랑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딱 3일 뒤, 괜찮아졌답니다. 유치원에 올 나이가 되었나요? 그럼, 엄마 사랑도 좋지만, 친구들과의 관계도 만들 기회를 주세요. 선생님들 또한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습니다 ~^^


3. 안돼 엄마 가지마아아아아아


혹시 원 입구에서 자지러지게 울고 바짓가랑이를 잡더라도 한번 과감하게 놓아주세요! 2번 친구와 비슷하게 엄마 품에서 떨어지면 죽을 것 처럼 우는 친구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분 뒤, 골목대장마냥 쩌렁쩌렁 씩씩하게 놀았답니다. 마냥 아기같은 아이들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의 모습이 분명 다를 수 있어요.



사실 학부모님으로부터의 분리가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영어를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에 차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저는요. 예를 들어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선생님에게 말 하고 교실을 나가야 하는 경우, 부모님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손짓 몸짓 다 해서 열심히 혼자 시도하겠지만, 부모님이 곁에 계시면 자연히 어련히 못 하면 대신 해 주겠지 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이래서 또...영유에서의 적응은 학부모님과 떨어지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ㅎㅎ


말이 안 통해서 분명 어려울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같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물은 워터. 화장실은 배쓰룸. 케챱 예스, 케챱 노. 부터 May I go to the bathroom, please?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적응력이 좋고, 강한 존재에요. 때론 과감한 결단히, 홀로 설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 언어를 늘리는 지름길이 됩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어머님들에 해 주시는 두 가지 질문. 혹시 조금이나마 고민이 해소되셨다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See you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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