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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Nov 07. 2019

마음이 구석에 가닿은 날

나는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인 걸까? 

내가 과연 누군가와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인가 

연애 초기의 설렘이 잦아드는 시기가 찾아왔다. 너와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면서 우리가 힘들 때 보이는 모습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힘이 들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말을 하거나 몸을 부대끼지 않는. 

전 애인과도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곤 했었다. 당장 말을 하고 풀어야 하는 상대방과 정리가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내 마음 사이에서 우리는 조율을 하지 못하고 삐걱대곤 했었다. 


너와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그 착각이 오래가지 않는 것이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 건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 건지. 여전히 누굴 만나는 일은 어렵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따지게 되고, 더 많은 것에 주춤하게 된다. 

우리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경험한 것들도 다르며 어쩌면 살아가고 싶은 삶 조차 다른지 모른다. 네가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걸까. 


이제 겨우 찾기 시작한 나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 우리가 시작한 관계를 멈추고 싶게 하는 그런 상상. 


어제는 피곤한 네가 짜증을 냈다.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던 시기를 지나 힘들 때 나오는 습관을 눈여겨 관찰하게 된다. 내가 너의 그것을 견딜 수 있을지, 혹은 반대로 네가 나를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네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환경적인 조건들을 모두 차치하고라도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었지. 어째서 네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반쯤은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네가 내게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걸까. 

내가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는 아직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다 살아보지 못해서 너와의 미래를 그리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동안 사랑을 시작하면 주저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늘 끝에서는 상처를 받았어서 이제는 섣불리 나를 다 열어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달리 생각하면 어떤 결론도 미리 짓고 싶지 않다. 


삶은 길고, 나는 젊고,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믿으려고 한다. 

선택지는 많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선택지를 고를 나의 자유를 마음껏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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