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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Aug 04. 2020

장마, 코로나, 미래.

나는 어디로

2020년. 서른이다. 연초에 닥친 코로나 덕분에 다니는 회사도 타격을 입고 인원 충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도 작은 규모라 거의 대부분의 일을 나 혼자 하며 7개월을 보냈다. 이제 8개월째의 외로운 레이스. 성과도 미미하다. 더 힘이 빠진다.


내가 원하는 일이었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이어서 시작을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내가 이 조직 안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잘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일부분이 언제든 대체 가능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찾아왔다. 그렇다고 월급이 많냐 그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다른 곳을 가도 이것 보단 많이 받을 것 같다.


나는 원래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왜냐하면 일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나는 2-30대 청년들을 위한 명상, 힐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을 한다. 프로그램을 듣는 회원들의 관리, 각종 행사 운영, 온라인 마케팅과 대외 협력, 홍보도 한다. 사실상 모든 일을 한다.

 

내가 이렇게 다양한 일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이유는 머리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능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분명 필요한 일이긴 한데 이 일이 학교라는 큰 시스템 안에서 경직되어 돌아가고 있고,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냥 월급을 받기 위해 여기 있는 걸까. 이럴 바엔 차라리 사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잠시 쉬면서 공부에 집중을 할까, 아예 다른 직종을 찾아볼까, 비슷한 계열로 이직을 할까. 너무 많은 고민이 내 머릿속에 찾아든다. 박봉과 구린 환경에서도 누군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냈었는데 이마저도 요즘은 어렵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을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돌리면서 총체적인 체험의 정도가 떨어지고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인원도 하락했다. 사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한 2018년도부터 문제의 조짐이 보였지만 경직된 리더가 있는 곳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원하는 만큼 목표치를 실현할 인력도 부족했다.


조직은 저임금에 고성과를 원했고 저 연령 인턴을 채용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어떻게든 구멍을 메워보려 했지만 업무 숙련도가 낮고 시키는 것만 하는 인턴에게서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고, 오르지 않는 저임금 연봉을 받으며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하는 정규직들에게는 현상 유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일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나는 정말 생계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월급만 나오는 이곳을 버리고 또 어딘가로 가야 할지 고민이다. 지속 가능한 업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도 사실 모르겠다. 그래서 더 망설여진다.


내가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상황에 만족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가 시켜서 뭘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나는 즐겁게 살고 싶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심각한 지구 온난화로 집중호우가 내린다. 지구도 엉망이고 내 인생도 엉망이다. 어디서부터 고쳐야 되는 걸까? 나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누군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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