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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Apr 21. 2019

빗소리, 비가오는 공기. 비의 맛.

비가 오는 봄 밤에 쓰는 일기 

비가 오네요. 이상하게 비가 오는 밤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기분좋게 차가운 봄비가 내리는 밤입니다. 


음악도 흘러 나오고 있어요. 

정승환, 우효, 오랜만에 클래지콰이와 S.E.S의 노래도 듣습니다. 


90년대의 노래들은 참 청량한 느낌이 들어요. 

그 때는 잘 몰랐던 가사의 울림도 느껴봅니다. 


< S.E.S - 달리기 >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것  

끝난 뒤엔 지겨울만큼 오랫동안(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옥상달빛의 버전이에요 https://youtu.be/mgG6-fOWyDU)



시간은 참 무심하고도 어딘가에 치우침없이 흘러가요. 

인생은 순간 순간 고통스러울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끝난 뒤엔 지겨울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저는 이제 곧 유학을 가요. 

한국에서 보냈던 많은 시간들을 뒤로 하고 떠나려니까 

걱정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30대를 낯선 땅에서 보내게 될텐데. 

한국이라는 곳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느껴집니다. 


힘들었던 시간들, 

행복했던 시간들, 

많이 사랑하고, 

많이 미워했던 

그 모든 순간들. 


삶의 한 부분이 일단락 되고 

또 새로운 장이 펼쳐지려고 하는 것이 느껴져요. 

익숙한 것들을 뒤로 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근육통이 심하게 와서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계획했던 일정들도 모두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집에 있었어요. 


항상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려 주고,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보내다가 

갑자기 집에 콩 박혀있으니까 처음엔 무척 억울하더라고요. 


한참 자고, 많이 먹고, 약도 먹고 

억울해 하다가 유튜브도 보고, 

노래도 따라부르다가 

아픈게 이유가 있겠지, 하며 일기를 쓰네요. ㅎㅎ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끌어안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가진 것들을 이롭게 쓸 수 있는 사람. 

모든 순간들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까 

언젠가는 또 그 지점에 도달해 있겠죠. 


숨 쉬듯, 

사랑할 수 있기를. 


비가 오는 4월의 밤에 

가만가만 쓰는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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