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C25에서 만난 미래 의학의 단서
지난 6월 13일, 마곡 코엑스에서 열린 ‘ODC25(Organoid Developer Conference 2025)’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 국제 심포지엄은 오가노이드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연구의 현위치와 가능성을 조망하는 자리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오가노이드(organoid)에 대해 제대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organoid’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땐, organ(장기)나 organism(유기체) 같은 단어에서 유래했을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곧바로 떠오른 건 ‘휴머노이드(humanoid)’라는 단어였습니다.
사람이 아닌데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일컫는 말처럼, 오가노이드도 장기나 생명체를 본뜬 무언가일 거라는 짐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인체 장기 유사체입니다.
실제 장기의 세포 구성과 공간적 배열을 어느 정도 재현하고, 기능도 부분적으로 모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가노이드가 무엇인지 알고 나니, 예전에 관심 있었던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 떠올랐습니다.
자연의 구조나 기능을 모방해 기술에 응용하는 생체모방공학과, 인체 장기의 발달과 기능을 실험실 안에서 재현하는 오가노이드는 분명 닮아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연결점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설레는 마음으로 컨퍼런스를 찾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고,
그중 ‘Organoid Intelligence’ 세션의 텐진대학교 Xiaohong Li 교수님의 연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Li 교수님은 Organoid Brain Computer Interface(OBCI) 연구를 소개하며,
인간 유래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이식하고 전기 자극을 통해 뇌 기능을 일부 회복시킨 실험 결과를 공유하였습니다.
Li 교수님의 접근은 인간 유래 줄기세포로부터 ‘대뇌 피질 오가노이드(cortical organoid)’를 만들어내면서 시작됩니다.
이 오가노이드는 일종의 ‘미니 뇌’로, 실제 인간 대뇌 피질의 발달 과정을 모사하여 만들어진 3차원의 조직입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시험관 안에서 약 40일간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이를 쥐의 감각피질(S1, primary somatosensory cortex)에 이식했습니다.
감각피질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뇌의 주요 부위로, 손상 시 뚜렷한 기능 저하가 관찰되기 때문에 회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 부위로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식 후 약 25일이 지나면, 오가노이드와 숙주 뇌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전기 신호를 기록하기 위해 이중 샹크(dual-shank) 구조의 전극이 삽입됩니다.
이 전극은 두 개의 가느다란 전극 날(shank)이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연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하나는 오가노이드에, 다른 하나는 숙주 뇌에 각각 삽입되어 전기 자극을 가하고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연구진은 이 장치를 통해 전기 자극이 오가노이드의 분화와 시냅스 형성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연구하였는데요,
실제로 오가노이드에 유도된 고주파 뇌파가 숙주 뇌의 신호와 동기화되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양자 간의 기능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오가노이드를 뇌에 직접 이식한다는 점에서부터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공 장기라면 언젠가 몸에 이식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겠지만,
그 대상이 ‘뇌’인 것은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뇌는 단순히 장기 중 하나가 아니라, 기억과 감각, 사고가 얽혀 있는 가장 섬세한 기관이니까요.
더욱 놀라웠던 건, 이식된 오가노이드에 전기 자극을 가해 그 조직이 회로를 형성하고 기능을 회복하게 만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한 재건이나 보완을 넘어, 기술이 생명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접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발표를 들으며, 작년에 브라운대학교에서 병원 실습을 하던 중 뵈었던 신경외과 Jared Fridley 교수님의 연구가 떠올랐습니다.
Fridley 교수님은 하반신 마비 환자의 척수에 ISI라는 칩을 삽입하여 뇌신호를 외부 장치로 전달한 뒤,
이를 해석해 다시 척수 아래쪽으로 운동 명령을 보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계셨습니다.
Fridley 교수님의 연구가 손상된 신경 회로를 우회하는 방식이라면, Li 교수님의 접근은 그와는 다릅니다.
줄기세포로 만든 뇌조직을 손상 부위에 직접 이식하고, 전기 자극을 통해 숙주 뇌와의 연결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었습니다.
뇌 손상이 광범위하거나 기존 경로의 회복이 어려운 경우, 이 방식이 더 근본적인 회복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신호를 대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성이니까요.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재활의 정의도, 이런 연구들을 통해 조금씩 바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잃어버린 기능을 보조하는 기술’에서 ‘기능 그 자체를 다시 되살리는 기술’로 말이죠.
ODC25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앞으로의 의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문헌]
1. Li 교수님 논문: Constructing organoid-brain-computer interfaces for neurofunctional repair after brain injur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53858-2
2. 생화학분자생물학회 웹진
https://www.ksbmb.or.kr/html/?pmode=webzine&smode=viewDetail&id=201608&menu=438&seq=7510
3. ISI 설명 youtube: Bridging the Gap (BG+): AI-enabled Solutions for Spinal Cord Injury
https://www.youtube.com/watch?v=tyJcm-Cfu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