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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aSue Nov 22. 2021

코시국 네덜란드는 어때?

[2021.10월 둘째주]

그래도 네덜란드는 한국보다 코로나 제한이 느슨한 편이라

넘어와서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나와 주변을 생각해 그놈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답답한건 어쩔 수 없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안쓰고 돌아다니는데, 

일년 넘게 쓰던 마스크가 막상 없으니 처음에는 쭈뼛거려지기도 했다.

이거 정말 안전한 것 맞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뭇거려지기도 하고 말이다.


안그래도 동양인이라 조금 눈치가 보이는데(중국 바이러스라고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 당할까봐) 거기에 혼자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면 '병에 걸린 사람이 마스크를 낀다' 라는 이 사람들의 인식 상

 내가 코로나 바이러스 덩어리로 보일까봐 반대로 마스크 쓰기도 애매하다.



물론 당당하게 내 몸 생각해서 내가 끼고 싶으면, 마이 웨이로 혼자 마스크 끼고 다니면 된다.

하지만 일년 넘게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나도 코로나 블루와 답답함에 지쳐있어

에라 나도 모르겠다, 백신도 맞았고, 여기 온 이상 이미 각오 한 거나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반쯤 포기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네덜란드도 한참을 락다운 하다가 

현재는 실내에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12시에 술집 문 닫는 것으로 조치가 조금 완화되었다.


어디나 그렇지만, 여기서도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껴야 한다고 하면서, 건물 들어갈 때만 마스크를 끼고 정작 내부에서는 그냥 벗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픈 시간을 여전히 12시로 제한했지만, 모임 금지는 없다.

12시까지 바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떠들면 얼마나 방역이 되는가? 

코로나가 시간대별로 확산률이 다른 것도 아니고.


레스토랑 등에서도 백신 접종 확인한다고 하면서 안 하거나 대강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백신 안맞았으면서 남의 백신 어플을 불법으로 이용해서 실내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정부 정책에 반발이 심하다 보니 굳이 강력하게 검사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처럼 어디서 확진자 나왔다고 가게 문을 닫거나 건물을 비우고 방역하고 이런 건 전혀 없다. 

그냥 확진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어디에서 옮아 왔는지, 누구에게 옮겼는지 등도 파악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쩌면 포기한 걸 수도 있겠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문화이기에 당신 어디 가서 누구 만났냐고 '정부'가 캐묻거나 알아내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공공보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한다라는 주장 자체가 말도 안되는 개소리로 치부된다. 

말 그대로 개인 있고 국가 있지 국가 있고 개인 있냐,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로 우리나라 식의 철저한 방역은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백신 어플도 마찬가지로 이 어플에 개인 정보를 어디까지 노출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회적 논의가 있는 듯 하다. 풀 네임을 다 넣을 것인가, 생년월일을 넣을 것인가, 다른 개인 정보는 어디까지 넣을 것인가, 어떤 백신을 언제 몇번 맞았다는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 QR코드가 사용되었다는 정보는 어디에 저장되는 것인가 바로 삭제될 것인가 등등. 


이렇게 개인이 국가 권력에 혹시나 감시 당하고 컨트롤 당하는 것에 엄청나게 민감한 유럽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반대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집단주의문화이긴 하구나, 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내'가 '전체 집단'에 나쁜 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나의 권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문화가 참으로 이기적이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같은 유럽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절반 정도는 더 강력하거나 효과적인 정부지침이 필요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프라이버시 중시보다 단체 규범을 좀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냐, 우리도 아시아 국가들처럼 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라는 의견도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편이 갈린다. 

한 편으로는 마스크도 엄청 열심히 쓰고, 백신도 빨리빨리 맞아서 좀 힘들더라도 '빨리 이겨내자 파'가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내 개인의 자유가 너무 침해되는 것 같다, 마스크 효과도 없어보이는데 보여주기 식 정책인 듯 자꾸만 쓰라고 하고, 백신도 안전한지 잘 모르겠는데 자꾸만 '정부'와 '미디어'가 맞으라고 하고, 모든 것이 거부감이 든다, 라는 '나는 내가 결정하겠다 파'가 있다.


특히나 후자들은 코로나를 컨트롤 하고 싶은 정부에서 압박을 점점 더 주다 보니, 오히려 반발심을 키우면서 더 극단화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백신 별로 맞고 싶지 않다, 에서 시작해서 백신 안맞았다고 어떻게 외식도 못하게 할 수 있냐, 정부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렇게 푸시를 하는 걸 보니 분명 다른 의도가 있다, 라는 식으로 conspiracy theory (음모론) 에 빠지게 된다.


백신 열심히 맞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 들으면 뒷목 잡고 쓰러지면서 

왜이렇게 사람이 멍청하냐, 비과학적이냐, 이기적이냐 온갖 비난을 쏟아내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본인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반대파는(그리고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용하고 싶은 극우파 언론, 정치인들은) 더 똘똘 뭉치면서 코로나는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트럼프 때와 비슷한지. 

도대체 어쩌다 전 세계가 이렇게 양극화 되어 가는 걸까.

정말 여기저기에서 언급하듯 온라인 알고리즘이 나쁘게 이용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보/변화를 거부하고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인가. 





이 난리 법석의 와중에 한 개인은, '나'는 어떻게 살아남고 대처해야 하는가.


목요일 오전에 함께 수업을 들은 동기가, 금요일부터 몸에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았고 

토요일 오전에 코로나에 걸렸다고 단체 채팅방에 소식을 알렸다. 

한국 같았으면 다 공포에 질려 난리였을 것이다. 

학교 닫고, 강제로 전수 검사 하고, 집에서 자가 격리 하고...


그런데 질본에서 따로 개개인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의무 검사를 하긴 커녕, 

학교에서는 같은 수업을 들은 우리에게만 혹시 몸 이상 있음 코로나 검사 받아봐, 하고 메일 보내고 끝이었다.

학교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수업 취소도 안되고, 

걔는 일주일 정도 후에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학교에 나왔다. 


일주일이면 너무 짧지 않나..?

나도 혹시나 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 나왔다. 

그 친구는 백신을 맞았지만 어디선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왔고, 경로 추적 따위도 없다.

이건 거의 전염병이 아니라 플루 취급 수준이다.



이미 코로나 걸렸다가 회복한 동기도 세네명 정도 된다.

다행히 이 친구들은 아직까지 휴유증이 없지만 친구 엄마는 휴우증이 있다고 했고, 정말 심각한 케이스가 많다는 것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도 많다. 



팬데믹으로 인해,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한 사람의 일면을 거의 강제로 보게 된다.

이유도 없이 백신 안맞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된다, 그런 사람과 절대 친해질 수 없다고 욕했는데,

우리 엄마가 안맞는대. 우리 언니가 안맞는대. 너무 착하고 잘 맞는 좋은 친구인데 백신을 안맞는대. 

라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비일비재하다.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주제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실망하거나 분노하고 개인적, 사회적 갈등이 커져간다.


심지어 우리 동기 중에서도 차라리 백신보다 코로나에 걸려서 항체를 만들겠다, 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걸린 사람한테 (정말 진지하게) 나에게 옮겨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너무 좋은 성격에,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데,

걔가 백신보다 코로나에 걸리고 싶다고 했다고?

그럼 나는 그 애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그 애를 보는 눈이 나도 모르게 바뀌었다. 

편견을 가지고 싶지 않은데 가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마치 코로나가 끝난듯 유럽 사람들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있고,

한편으로는 급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다.

이것이 '위드 코로나'의 세상인가보다.




p.s. 이 글이 업데이트 된 11월 중순 현재, 결국 늘어나는 확진자로 인해 다시 실내 마스크 착용,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밤 8시 이후 모든 가게가 문 닫는 것으로 조치가 강화되었다. 백신 확인증도 신분증 확인을 같이 해야 레스토랑 등에 들여보내 준다고 변경되었다. 학교는 75인 이상 수업만 금지했다. 기대되던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은 공식적으로 취소 되었다. 

강화된 조치와 동시에 벨기에, 네덜란드 등지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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