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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Feb 24. 2021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일반적인 반려인으로서 고양이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고르려고 애쓴다. 다만, 고양이가 정확하게 이게 좋다던가 저건 싫다던가 알려주지 않으니 반응을 보면서 이걸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추측할 따름이다.


한 예로는 춘수는 폭신폭신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샀던 마약방석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내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고양이들은 그야말로 "마약"에 취하듯 방석에 녹아서 그 곁을 떠나지 않던데. 혹시나 낯설어서 그런가 싶어 캣닢 스프레이를 뿌려줘봤지만 그 순간에 잠깐 그 근처에서 뒹굴뿐이었다. 누구에게나 호불호라는게 있듯, 춘수에겐 폭신한 방석이야 말로 불호였던 것이다. 그 방석은 한동안 집 한구석에 방치되어있다가 결국 중고로 팔았다.


반면 춘수가 좋아하는 것은 새와 깃털이다. 창밖에 잠시 쉬고있는 비둘기를 발견하면 채터링을하며 엉덩이를 실룩거린다. 어떤 펫페어에서 사온 큰 공작깃털은 꺼내는 소리만 들려도 달려온다. 흔들지 않고 들고만 있어도 춘수는 그저 행복하게 공작깃털을 물었다가 때렸다가 쫓아다닌다. 비슷한 크기의 흰색 타조깃털도 있지만 타조깃털은 공작만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공작깃털만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가보다. 커다란 공작깃털이 두개나 있었는데 둘다 마디마디 꺾이고 털이 뽑혀 영 성긴 모양이 되어버렸다.


잠자리 낚싯대는 조금 무서워하긴해도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팔랑팔랑하는 소리가 나면 집 어디에 있다가도 뛰어나왔다. 하지만 잠자리 장난감을 너무 물어뜯는 바람에 잠자리 몸의 털실이 다 빠져버리곤 했다.

그는 좋은 잠자리였습니다.


고양이가 자라면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취향이 바뀌기도 한다. 아마 자라면서 사회화과정을 거치며 싫거나 무섭던 것들이 낯익고 무섭지 않은 것으로 바뀌는가보다. 춘수가 아주 어렸을 땐 겁이 많아서 '큰 소리가 나는 것', '몸집에 비해 다소 큰 것', '낯선 것' 등 여러가지를 무서워했다. 좋아하는 장난감이라곤 제 꼬리만한 토끼털로 만든 오뎅꼬치뿐이었다. 고양이를 위해 만들어진 탁구공만한 소리나는 공은 무섭다며 도망다니기에 바빴다. 탁구공조차 무서워했으니 그보다 더 큰 테니스공이나 야구공은 눈에 띄기가 바쁘게 숨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소리나는 공이 보이면 열심히 쫓아다니며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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