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e Kang Jul 27. 2018

남 탓

최근 여러모로 감정 소모가 깊었던 날들의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남 탓을 좀 해야겠다.


스프린트가 돌기 시작했다. 기획서가 공유되었고, 바뀌었고, 그리고 업데이트가 되었다. QA를 위한 일정이 다가오고 있었고, 순조롭게 그 과정에 도달했다. 아니 도달하는 듯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 주 월요일.

아무리 생각해도 서버 작업이 늦는다 싶어 다른 클라이언트 작업자에게 진행사항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API 명세가 작성된 문서를 공유해줬다. 이미 서버 작업을 끝났단다. 부랴부랴 나도 서버에 붙일 수 있도록 작업을 시작했다.


화요일. 

오랜만에 다른 개발자와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느꼈다. CORS 오류를 만들어낸 것도, API를 쓰던 방식과 다르게 작업한 것도, 그 어느 것도 설명 듣지도 못한 채 그의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수정하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세상에 CORS 오류라니. 


수요일은 아팠다. 너무 아팠다. 진통제를 세 개나 먹었지만 통 듣질 않았고, 결국 빨리 귀가해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목요일 출근하니 난리가 났다. 아니 출근 전부터 난리가 났다. 내 메신저는 여러 사람들의 긴급한 연락으로 가득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QA가 오늘부터인데 준비가 안됐단다. 


아니 잠깐 오늘부터라고?


그래 인정. 이건 내 잘못이다. 

내가 참여해서 작업하는 스프린트인데 일정 확인을 안 했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내 잘못이 맞다. 스프린트 채널에 구구절절하게 내 잘못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 내일은 제대로 진행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바쁘게 작업했다. 컨디션이 나빴지만 그래도 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잘 알지도 못하는 서버까지 작업까지 완료했다. 좋아, 이제 배포만 잘 하면 돼. 배포 담당자에게 배포를 부탁하고 나는 배포가 되는 것을 열두 시가 넘어 모니터링하며 지켜봤다. 다행히 별문제 없이 배포되었다. 그래 잘 됐어. 이제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다.



그런데 무언가 잘못되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금요일의 아침에도 내 핸드폰은 요란하게 울렸다. 여전히 작동을 안 한단다. 작업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확인해보니 정말 클라이언트가 하나도 작동 안 했다. 서버가 작동 안 하고 있었다. 아차 서버 배포가 안됐구나. 부랴부랴 서버 배포를 요청했다. 배포하는 분이 서버 배포가 안된단다.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는 게 오래 걸렸다. 말하자면 긴데 배포 일정이 꼬이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모여 회의를 장장 2시간이나 했다. 같은 말이 돌고 돌아 또 되풀이되었다. 이 사람에게 설명하고, 저 사람에게 또 설명하고. 결론은 30분 만에 자꾸 뒤집혔다.


이전에 작성된 코드를 제외하는 것으로 작업이 합의가 됐다.

되돌리는 작업에서 빠져야 하는 코드의 수는 무려 7천 줄. 형상관리 툴을 사용하니 그나마 rebase를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형상관리 도구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 분명 수동으로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수정이 필요한 repository는 5개. 이게 참 뭐란 말인가. 


모두가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오늘은 너무 힘든 날이었다. 아니 이번 주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지역에 고양이가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