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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Aug 06. 2018

2018년 8월 첫 주

- 선생님(주치의)은 적당히 그만두라고 했지만 사실 아직 자기 전에 핸드폰을 열심히 뒤적거린다. 웹툰을 보거나, 글을 읽거나, 지쳐 잠들기를 기다린다. 가끔 새벽까지 잠이 안들 때가 있는데 그땐 약을 안 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회사에서 처음으로 전혀 해보지 않았던 어떤 일을 했는데 잘 됐다. 생각보다 너무 잘 풀려서 행복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 더워서 지친다.

- 책을 읽고 싶어 요 며칠간 책을 잔뜩 주문했는데 이 더위에 이 무거운 책들을 옮겨주는 택배기사님들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간소하나마 경비실에 부탁해서 비타민 음료를 챙겨드렸다. 물론 경비아저씨도 함께. 이 여름이 너무 더워서 힘이 든다.

- 책을 잔뜩 샀고, 잔뜩 읽는다. 정제된, 교정된, 누군가의 뚜렷한 글을 읽고 싶다.

- 후원이 메인에 노출되면서 작업할게 좀 생겼는데 이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부담감만 느끼고 미룬다. 선금을 받아버려서.. 죄책감에 일한다. 


- 이직을 하려고 했다가 관뒀다. 오히려 이 과정에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원했던 게 뭐였을까 생각해봤는데, 회사로 부터는 관심을 받고 싶었고 가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도 인정받는 느낌인 거 같다. 나 이렇게 대단한? 좋은? 중요한 사람이야. 잘해. 이런 느낌.

-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드디어 내 손으로 모은 돈이 5천만 원을 넘었다. (그 외 좀 더 있긴 하지만) 1년만 숨만 쉬고 돈을 벌면 1억을 모을 수 있다. 엄마는 너무 적게 모았다고 한다. 근데 나는 찾아올지 모를 미래를 대비해 돈을 모으는 것은 싫다. 그냥 지금 행복하고 싶다. 어차피 이렇게 모아봐야 집 한 채 못 살 텐데.

- 내 삶의 작은 목표도 성취했다. 나는 서른이 되면 연봉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해!라고 생각했는데 딱 그 수준을 넘겼다. 이건 칭찬 겸 자랑.

- 요즘은 저녁에도 더워서 고양이가 따로 잔다. 이건 매일 저녁 이해하려 하면서도 못내 마음이 슬프다. 그래도 꼬박꼬박 새벽에 깨우러 오는걸 고마워해야 할까? 고양이 하니까 생각나는 게 두 가진데, 하나는 더워서 그런지 밥을 영 적게 먹어 걱정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내 고양이의 시간을 닮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는 있는데 꾸준하지도 않고 매번 똑같은 내용의 반복인 것 같아 다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 중고등학교 시절에 쓰던 소설을 갑자기 읽고 싶어서 읽는데 부끄럽고 재미있다. 보관 해두길 잘했어.

- 잘 쓰던 애플 펜슬이 고장 나 가로수길의 애플 매장에 다녀왔는데 나에게 설명해주던 그 직원이 너무 잘생겨서 정말 설렜다. 혼자 갑자기 다른 세상에 살다 온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너무 잘생긴 사람은 너를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헤어진 남자 친구 이야기도 했다. 잘 헤어졌다고. 네가 생각했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다면 그건 잘 헤어진 것이라고 했다.

- 춘수를 분양받은 샵에 놀러 갔다가 춘수랑 아주 똑같이 생긴 아기 고양이를 봤다. 같은 캐터리 출신이라는데 부모 묘가 비슷한가 보다.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춘수의 단점을 메워줄 대체제를 찾는 건가 싶어 관뒀다. 그래도 종종 생각이 난다. 나한테 껌딱지 같은 고양이 키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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