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이직을 생각했다. 현 직장에 근무한 지 만 2년. 2017년의 잦은 조직개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잦은 변화를 싫어하는 나는 너무 견딜 수가 없었다. 부랴부랴 코딩 인터뷰를 준비한답시고 자료구조 책을 꺼내어보거나 온라인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었다.
새로 작성한 2018년의 이력서로 국내의 손꼽는 대기업들과 추천받은 몇몇 회사들에 지원했다. 대부분 서류는 통과했고, 자잘한 문제가 있었지만 코딩 테스트도 무난하게 봤다. 하지만 최종 면접에는 탈락해서 결국 이직에는 실패했다.
아직 난 좀 부족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접었다.
상반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가 그리 썩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혼자 일하는 것이 버거워 증원을 해달라는 요청에 2명을 증원해줘서 프론트 개발자는 3명이 되었고,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애자일 테스팅을 위한 practice도 진행하고 있다. 원한다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회사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었다. 익숙한 사람들과 일에도 자신이 있었다. 개발자로서 배울 것이 아직 많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같이 개발했던 분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그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순조로웠다. 따로 코딩 인터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 GitHub repository가 제출되었다. 작은 인력으로 개발한다. 그게 참 맘에 들었다.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 같지는 않았다. 회사는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줬고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 이직이란 새로운 변화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직에 대한 고민에 앞서 연봉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도 딱히 나쁘지 않아서 지금보다 내려가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회사에서 아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회사의 컬처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대기업에 지원했던 것은 대기업의 프로세스를 체험해보기 위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커리어 패스를 관리하고자 하는 욕심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모르겠다.
물론 오퍼를 받은 그 회사의 전망도 꽤 좋았다. 펀딩도 많이 받았고.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성공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개발자로서의 역량이 성장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어렵게 얻어낸 지금의 프로세스를 잃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직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마음껏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큰 기회를 놓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편안함을 잃기 싫어 안일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결정하니 마음은 후련하다.
다음에, 또 다음에 더 좋은 조건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