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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Aug 07. 2018

정도(程度)

얼마 전 엄마가 이모할머니(엄마의 이모)와 전화를 마치고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암만 동물이 소중해도 사람보다 먼저가 되면 안 된다.


이유는 이러했다.


이모(엄마의 막내동생)는 작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집이 제법 가까워서 할머니가 자주 이모 댁에 들리시곤 한다. 한 번은 할머니가 여느 때처럼 이모 댁을 방문하셨고, 두 분은 수박을 드셨다고 한다. 강아지는 자기도 수박을 달라며 할머니를 보챘고, 할머니는 마지못해 수박을 한 입 내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는지 강아지는 캑캑하고 수박을 뱉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모가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을 가야 하니 말아야 하니 하며 할머니를 계속 타박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서러운 마음에 이모할머니에게 전화를 해 하소연을 했던 것 같다. 이제 더는 이모 댁에 가기 싫다는 얘기도 하셨다고 한다.



이모가 아무런 이유 없이 경우 없이 행동한 것은 아니다. 이모에게는 이모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모는 딸(나에게는 사촌동생)이 하나 있지만, 이혼을 했기 때문에 딸은 주로 아빠 집에서 지내면서 이모 집을 왕래한다. 딸을 위해 강아지를 데려왔고, 이제 그 강아지는 이모에게 또 다른 자식이나 다름없는 가족이 되었다. 말 못 하는 동물을 반려하는 입장에서 어딘가 아파 보이고 이상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이모가 신경 쓰일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그래도 여든 살 된 어른에게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역정을 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입장에서, 엄마 혹은 아빠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고양이를 아프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도 하더라도 내 고양이가 아프게 된다면 분명 많이 속상할 것이다.


나 역시 경우에 따라서 이모처럼 역정을 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안 된다고 설득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아니 그보다 먼저 평소에 '이러면 안 된다더라'하는 이야기를 좀 더 자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엄마, 아빠가 가지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마음가짐은 나와 같지 않아서 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늘 이모 댁에 가는 것도 아니고, 동물을 가족으로서 키워본 적도 없는 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설득과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내 고양이도 나의 소중한 가족이지만, 내 엄마, 아빠, 할머니 역시 모두 소중한 가족이다.

서로 마음 상하지 않는 선을 지키며 이 가족의 굴레를 지켜나갈 의무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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