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e Kang Jan 07. 2019

나의 첫 번째 고양이

Appendix 고양이가 내게 왔다 

"하얀색과 까만색이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좋아?"

수화기를 넘어 아버지가 물었다. 

"음, 까만색?"


그렇게 내 인생의 첫 번째 고양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장날 단 돈 5만 원에 우리 집을 찾아왔다. 한국 토종 고양이, 흔히 코숏이라고 부르는 고양이였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저를 위해 장날에 아버지가 5만 원 주고 그야말로 "사 온" 고양이로, 짙은 갈색의 고등어 줄무늬가 있고, 발끝에 하얀 양말을 신은 매력적인 고양이였다. 이름은 그때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을 따와 쵸비라고 지어줬다. 나중에는 "예쁜 나비"라는 의미도 붙여줬다. 어릴 땐 구석에 들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커서는 사람 옆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소위 "무릎 냥이"였다.





고양이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나는 고양이가 기분이 좋으면 그릉그릉 골골송을 부른다는 것도, 고양이의 혓바닥은 강아지와 달리 까끌까끌하다는 것도, 만지면 좋아하는 부위와 싫어하는 부위가 나뉘어있다는 것도 쵸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엔 고양이가 그릉그릉 거릴 때 어디가 아픈 게 아닌가 고민을 했다. 이런 건 교과서에서 가르쳐주는 게 아니니까. 나는 모르는 것도 많았고, 새로 배우는 것도 많았다. 다행히 학급 친구가 고양이를 키웠기 때문에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면 발톱을 깎는 법 이라던가.


그때 당시의 나는 중성화 수술에 대한 개념도 필요성도 없었고, 또 고양이는 흔한 반려동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경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쵸비는 결국 발정기를 맞이했다. 원인도 모르고 울어대는 고양이 때문에 이웃들의 항의가 커졌고, 결국 쵸비는 시골집에 보내졌다. 가슴 아프게도 우리는 그렇게 이별을 맞이했다.



나의 작은 호랑이.
하지만 끝까지 함께 있어주지 못한 고양이.

간혹 아버지를 통해 쵸비의 소식을 전해받았다. 쵸비는 아버지가 자주 방문하는 시골의 어느 절에 맡겨졌는데 아주 튼튼한 야생의 고양이가 되었다. 한편으로 다행인 점은 차나 사람의 왕래가 적어서 큰 위협이 없다는 점이었다. 길 위의 고양이들은 간혹 해코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쵸비는 비록 가족들과 떨어졌지만, 아버지가 절에 방문할 때면 멀리서도 총총 아버지를 맞이하러 왔다고 한다. 누가 고양이는 정이 없고 사람을 못 알아본다고 그러던가요.


끝까지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나는 항상 이 첫 번째 고양이를 마음속에 담고 있다. 나와 떨어지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족이 모두였던 이 고양이를 그저 시끄럽다는 이유로 생이별을 당하게 내버려 뒀던 내가 너무 원망스럽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2년쯤 지난 후로 더 이상 쵸비에 대한 기록도 연락도 없어 더 이상 아이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시간이 오래 지나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리고 만약 그때도 우리가 가족으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헤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을까.


언제나 네가 내 옆에 있어줄 것만 같았어.
네가 내 옆에 있을 때 어쩌면 난 네게 소홀했었는지도 모르겠어.
너는 언제나 나에게 기분 좋게 해줬고, 나는 어쩌면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너와 헤어지던 날 나는 그게 너무나 견딜 수 없어서 눈물을 흘렸어.
너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어.

그런데,
아직 난 학생이고 미성년자이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무것도 못했어.
너는 그렇게 나를 떠나버렸어.
아니 내가 너를 그렇게 떠나보냈어.

네가 떠나고
너의 빈자리를 느낄 때마다 나는 울었던 거 같아.
밥 먹다가도 네 생각이 나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지.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는 것도 슬퍼서 너와 닮은 것들을 싫어하려고 했는데.
너 닮은 게 보이기만 하면 먼저 네 이름이 불쑥 튀어나와버려 
또 너를 그리워하고

너와 함께한 시간도 잊어보려 했고
원래 누군가가 없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정말이지 잊는다는 건 힘들더라고

가끔 너를 보게 되면
꼭 끌어안고 싶어
다시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라고.

미안해.
별로 긴 인생은 아니지만 그 인생의 절반조차 너와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거.
정말 미안해

다음에 다시 만나면
내가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면
그땐 서로한테 정말 잘해줄 수 있게 노력하자.
그땐 떨어지지 말자

2005년 9월 16일 나의 첫 번째 고양이에게 썼던 편지
매거진의 이전글 열아홉 번 밤의 이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