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우면서 사기를 당할 줄이야
나는 고양이 간식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간식 쟁임 병’에 걸려있다. 특히 이 병은 ‘미수입’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간식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한다. 미수입 간식이란 업체를 통해 정식으로 통관 절차를 거치는 수입 제품이 아닌 해외 여행객 등을 통해 들여오는 간식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경우 고양이를 반려하는 인구가 훨씬 많고 고양이 간식도 훨씬 다양하게 구비되어있으니 해외에 나간 고양이 반려인들이 이런저런 것을 사 오는 것이다. 그중 먹지 않거나 넉넉하게 사와 남는 것들을 파는 벼룩시장이 조그맣게 형성되어있다. 물론 이런 구매고객을 노린 보따리상도 있다. 그들은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비싸게 판다.
미수입 간식이란 먹여보지 못한 것이 많고, 어린 고양이용과 노령 고양이를 위한 간식들도 있어서 확실히 구미를 당기는 것 같다. (대게 6개월 미만의 어린 고양이는 일반 고양이 간식을 주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게다가 나처럼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종류별로 하나씩 모으는 재미 역시 톡톡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늘 역시 미수입 간식이 없나 벼룩시장 게시판을 둘러보던 도중, 내가 최근 관심이 있는 간식을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다가 사진에는 그 간식이 종류별로 도배를 하듯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본문의 글을 보니 본인 고양이를 위해 샀는데, 자기네 고양이가 안 먹어서 나머지를 판단다. 혹시나 해서 그의 행적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그가 쓴 이전 게시글을 봤다. 며칠 전에 이만큼 샀는데 고양이가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써둔 글을 보았다. 이때 이만큼 샀는데 결국 고양이가 안 먹었나 보다 생각하며 그에게 쪽지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사실 그때 그와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은 나에게 주는 하나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그만 멈춰!”라고 신이 온 힘을 다해 알려준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그에게 댓글을 통해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내가 보낸 쪽지의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7만 5천 원이라는 돈을 입금했고, 그는 오후 4시에 송장을 보내준다고 했다.
그러다가 카페에서 “이 사람 조심하세요”라는 글을 봤다. 별다른 생각 없이 무심결에 그 글을 클릭해서 보는데 아뿔싸 내가 구매했던 바로 그 글을 조심하라는 글이었다. 판매자가 자신의 사진을 도용해서 썼다는 것이다. 급하게 다시 문자를 보냈는데 묵묵부답이었다. 혹시 만약 그가 바빠서 연락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경고의 문자를 남겼다.
“아까 오후 4시에 연락한다고 하셨으니 오후 4시까지 기다려보겠습니다. 환불 희망합니다. 4시 이후에 정식 신고절차 들어갑니다.”
물론 그는 더는 연락되지 않았다.
일단 침착하게 아래의 글을 읽었다.
더치트 - 사기를 당했을 때 긴급 대처 방법 (사기 피해 대응방법)
이 글에 따르면 은행에 전화해서 지급정지를 요청하라고 한다. 하지만 내 돈을 가지고 있던 은행도, 상대의 계좌 은행도 글에 쓰여 있는 대로 지급정지 요청을 할 수 없었다. 은행의 상담창구를 통해 내가 보낸 돈이 범죄에 사용되었으니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는 요청은 ‘중고 거래’의 경우에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서를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며 거절됐다.
그냥 경찰서에 가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회사와 경찰서가 가까웠다. 민원 접수를 몇 시까지 하는지 몰라 3시 반쯤 경찰서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