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에 와인을 마셨다. 치즈와 비스킷, 간단한 요리를 곁들인 홈파티는 성공적이었다. 우린 즐거웠고, 너무 늦지 않게 귀가한 것까지 완벽했다. 적당히 알딸딸한 기분으로 침대를 데우고 잠들기 전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가 끝나고 따뜻해진 침대에 누웠다. 고양이가 곁으로 왔다.
잘 자.
고양이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잠들었다.
그렇게 어제는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평소 와인과 맞지 않는 내 체질 때문일까.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어보려고 뒤척였지만 머리만 아팠다.
결국 이불 밖으로 다시 발을 내디뎠다.
거실에 나와 희미한 조명을 켜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약간 시원한 거실이 두통을 좀 가라앉게 하는 것 같았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열두 시. 내가 잠든 지 겨우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술이 과했나?'하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두통이 좀 가라앉길 바랐다.
졸린 눈을 한 고양이가 거실에 따라 나왔다. 그다지 밝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뜬 눈을 깜박였다. 내가 뭘 하나 지켜보더니 밥그릇 앞에 앉아 사료를 조금 먹었다. 그리고 내 곁으로 왔다. 소파에 앉아 방석 위에 동그랗고 기다랗게 눕더니 나를 쳐다본다. 몇 번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다시 잠들었다. 졸리지만 내 곁에 있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조그맣고 따뜻한 고양이에게 작은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고양이는 잠들고, 나는 그런 고양이를 본다.
시간이 흘러 두통이 좀 완화되자 고양이를 불렀다.
"이제 자러 가자."
고양이는 귀만 까딱거릴 뿐 눈을 뜨지 않았다.
"춘수야."
이름을 불러도 그대로 누워있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제야 눈을 뜬다.
"들어가서 잘까?"
고양이는 다시 눈을 깜박인다.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방으로 갔다. 고양이는 다시 동그랗게 침대 옆에 몸을 말고 잘 준비를 한다. 다시 고양이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고양이는 그르렁거리며 머리를 침대에 누인다.
깨지 않고 좋은 꿈 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