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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Oct 17. 2018

한밤의 위로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저녁에 와인을 마셨다. 치즈와 비스킷, 간단한 요리를 곁들인 홈파티는 성공적이었다. 우린 즐거웠고, 너무 늦지 않게 귀가한 것까지 완벽했다. 적당히 알딸딸한 기분으로 침대를 데우고 잠들기 전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가 끝나고 따뜻해진 침대에 누웠다. 고양이가 곁으로 왔다.


잘 자.


고양이에게 인사하고 곧바로 잠들었다.

그렇게 어제는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랜만에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평소 와인과 맞지 않는 내 체질 때문일까.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리며 잠에서 깼다.

다시 잠들어보려고 뒤척였지만 머리만 아팠다.

결국 이불 밖으로 다시 발을 내디뎠다.


거실에 나와 희미한 조명을 켜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약간 시원한 거실이 두통을 좀 가라앉게 하는 것 같았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열두 시. 내가 잠든 지 겨우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술이 과했나?'하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두통이 좀 가라앉길 바랐다.


졸린 눈을 한 고양이가 거실에 따라 나왔다. 그다지 밝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뜬 눈을 깜박였다. 내가 뭘 하나 지켜보더니 밥그릇 앞에 앉아 사료를 조금 먹었다. 그리고 내 곁으로 왔다. 소파에 앉아 방석 위에 동그랗고 기다랗게 눕더니 나를 쳐다본다. 몇 번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다시 잠들었다. 졸리지만 내 곁에 있고 싶었던 것 같다.


고양이는 이내 잠들었다


나는 이 조그맣고 따뜻한 고양이에게 작은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고양이는 잠들고, 나는 그런 고양이를 본다.

시간이 흘러 두통이 좀 완화되자 고양이를 불렀다.

"이제 자러 가자."

고양이는 귀만 까딱거릴 뿐 눈을 뜨지 않았다.

"춘수야."

이름을 불러도 그대로 누워있다.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제야 눈을 뜬다.

"들어가서 잘까?"

고양이는 다시 눈을 깜박인다.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방으로 갔다. 고양이는 다시 동그랗게 침대 옆에 몸을 말고 잘 준비를 한다. 다시 고양이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한다. 고양이는 그르렁거리며 머리를 침대에 누인다.


깨지 않고 좋은 꿈 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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