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9.(일) - 짐밥웨 탈출 실패

일기

by 고장난 몬스터

한 달만에 쓰는 일기.

이 일기도 의무감으로 쓰는 것에 가깝다. 기록 차원에서.


요 몇 주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1주일 전 한국으로 annual leave를 떠나려 했는데 비자 문제 때문에 공항에서 출국이 금지당하고, 여권이 압류되고, 주인 없이 부쳐진 짐가방 두개는 한국까지 갔다가 3일만에 짐바브웨로 귀화했다.


UN Immunity가 없었다면 구치소에 갇혔을 수도 있었고 벌금을 냈을수도 있었고 나라 밖으로 쫓겨 날수도 있었다. 가장 무서웠던 건 범죄자라는 낙인이라도 찍히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공항과 Immigration office의 으름장에 불과했다.


아직도 이직은 먼 나라 얘기고 요즘은 아예 맘을 많이 비운 상태다.


겨울이 지나서 날이 많이 따듯해져서 덩달아 내 기분도 풀렸다. 요즘에는 밤에 전기장판 없이도 잔다.


큰 아시안 마켓을 발견해서 한국 음식을 왕창 사재기 한 이후로는 음식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도 많이 줄었고 코로나 락다운도 완화돼서 동료들과 몇 번 나가 놀기도 했다.


이 나라도 살만하구나 다시 느끼고 있고 뒤쳐지고 있나, 취업에 대한 집착, 인생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등도 소강된 상태이다. 아마, 부모님의 격려와 응원도 이에 큰 한 몫을 한 것 같다.


유엔과 이름 있는 엔지오, 사기업에 대한 욕심은 조금 내혀 놓을까 한다. 뭐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또 돈 많이 주는 것이 최고다.


한 3주 정도 구직 활동과 자기개발을 멈췄었는데 내일부턴 다시 시작할 것이다.


요즘은 요리에도 취미가 생겨 감바스도 도전해보고 밥솥 없이 쌀밥도 해먹었다. 나름 괜찮았다.


머물러있는 것 같아도 난 조금씩 자라고 있나보다. 27살 나이에도 무릎 성장통을 가끔씩 느끼는 것처럼 난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고 과정 속에 있다.

자기관리만 따른다면 혼자 사는 삶이 정말 편하구나라고도 느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런 내 불완전한 자신을 천천히, 조금씩, 불편함 없이 인정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