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어느덧 짐바브웨에 온 지 두달이 됐다.
3주 전부터 확진자 수가 급증해서 락다운이 내려졌고 그나마 1주일에 1번 가던 오피스도 닫았고 음식점과 카페는 3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주말을 누구와도 만나지 않고 보낸지 3주. 혼자여서 편하지만 또 혼자여서 어렵다.
원서는 계속 넣고 있지만 빠꾸 이메일만 계속 온다. 사기업 쪽으로도 나가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컨설팅 펌 네군데에서 다 불합격 이메일을 받았다. 서류에서도 탈락이라니.
이제 남은 옵션은 유엔 계약직, 엔지오, 씽크탱크 정도인 것 같다.
오늘은 기분이 특히 울적하다.
회사 동료들과도 끈끈한 친분을 쌓지 못한 느낌이고 8월 말에는 탈출하겠노라 다짐했지만 잡 써칭은 험난하기만 하다.
끼니는 3일에 한 번 씩 근처 카페에서 두끼 분량의 음식을 테잌아웃해서 나눠먹는 걸로 충당하고 있다.
이따끔 벽이나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나 거미를 봐도 단련된 심장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카톡을 보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연락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약간 심심하지만 편하고 고독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삶.
20대 후반, 어른 행세를 하고 싶지만 아직 준비할 게 많고, 발돋움 하려는데 잘 안 된다.
코딩도 배우고 언어공부도 하고 싶은데 맘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생일에 더 이상 큰 의미 부여를 한지 오래됐지만 회사 동료들 그 아무도 내 생일을 몰라줬을 땐 아주 약간 섭섭했다.
물론 한국, 미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호스트 가족의 따듯한 식사 덕에 자괴감이 들진 않았지만.
내 인생은 잘 살아온걸까.
잘 살고 있는 걸까.
잘 살 수 있을까.
직면하고 있진 않지만 항상 머릿속 한 켠을 자리잡고 있는 생각들이다.
생리전증후군이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