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늘 Blackstone과 최악의 인터뷰를 했다.
Executive Director과 하는 마지막 인터뷰였는데 내가 기대하는 푸근하고 인자한 미소를 띈 여팀장님 느낌이 아닌 White Supremacist (백인 우월주의자) 마녀할멈을 조우해버렸다.
30분으로 잡혀있던 인터뷰를 15분만에 끝내버리고
내가 했던 답변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계속 본인이 찾고 있던 답이 나오기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내가 인터뷰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때,
"What is your favorite part about working here"이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충격적이게도
"NGO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일 잘하는 직원들과 일한다는 점"이라는 망언을 눈 하나 깜빡 안하고 함으로써 elitist white bitch의 이미지에 쐐기를 박아주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바로 ABA에서 각종 오리엔테이션 세션에 참가했는데,
건강보험에 퇴직연금에 컴퓨터에 새로 깔아야 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한창 듣는 와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연고가 거의 없는 버지니아,
하루 65불 내는 overrated된 에어비앤비 (한 마디로 남의 방)에서
계속 다닐지 말지 확정도 못 내린 회사의 출근 첫 날 온라인 오리엔테이션,
각종 보험 패키지와 화면에 비추는 나이 많은 중고 신입들...
회사는, 사회는 나를 어른이라 칭하지만
사실상 나는 20여년전과 별 다를 게 없는
엄마 품이 그리운 길 잃은 아이일 뿐이다.
대학원 석사까지 마쳤지만 아는 건 여전히 없고
내일 모레면 계란 한 판 나이인데 모아둔 돈도, 결혼할 남자도, 집도, 차도, 당당히 소개할만큼 마음에 드는 직업도 없다.
나는 어쩌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걸까?
오늘도 어른 행세하느라 온 힘을 다 썼다.
어른 연기는 날이 갈수록 잘한다.
어른은 나의 부캐다.
오늘도 나는 마치 러시아의 마트료쉬까 인형처럼 작디 작은 소녀의 모습을 세상으로부터 꽁꽁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