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만에 일기를 쓴다.
1년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22년 6월, 정든 뉴저지를 뒤로 하고 DC로 이사를 왔다.
다니는 직장이 맘에 들지 않아 UN YPP에 지원해서 2차 시험까지 본 상태고 로스쿨에도 지원했다.
작년 하반기는 일 - 공부의 무한반복이었는데 사람도 거의 만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했다.
활동량이 없으니 살은 살대로 찌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하락하니 사람들은 더 안 만나게 되고...악순환의 무한굴레였다.
남자친구와는 작년 11월에 헤어졌다.
이별 얘기는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털어놔서 더 이상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때 나는 내가 죽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치유하지 못 하는 것은 없다고
아직까지 용케 살아있다.
남자친구의 사진, 선물, 편지는 그대로다.
톡방은 나갔다.
사진보다 톡방이 더 잔인하다.
사진 속 찍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이 사이좋게 웃고 있지만,
톡방은 말투의 변화를 참 세세하게도 기록해놔서 읽다보면 가슴이 아렸다.
아리기 싫어서 3년 반된 톡방을 나와버렸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진 않다.
11월 초,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일주일 동안 나는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잠들려하면 깨고, 악몽에 쫓기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깼다.
잠에 들면 이별이 과거가 되고 기정 사실로 컨펌이 되니 그게 싫어 계속 깼나보다.
매정히 흘러가는 시간이라도 어떻게든 붙들어 보려고.
아무튼 더 이상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다.
물론 문득 생각날 때가 있고 이별 노래를 들을 때나 사진첩을 열었을 때 남자친구의 환히 웃는 얼굴이 보이면
가슴 깊은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는 한다.
그렇지만 그게 다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다른 남자들을 만나보려 했다.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들과 영혼 없는 데이트도 여러번 했다.
말은 섞어도 마음까진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