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적응 안 되는 나이다.
젊은 나이지만 어린 나이는 아니고, 청년이란 범주에는 어렵지 않게 들어가지만 사회 초년생이라고 하기에는 몇 년 늦은 감이 있다.
서른에는 컨텐츠를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컨텐츠를 창작해야 할 나이인가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만 하는 게 아니고 30분짜리 독립 영화라도 만들어야 할 나이이고,
책을 사서 읽기만 하는 게 아니고 작가로 등단해 내 글을 출판해야 할 나이이고,
엄마의 집밥만 얻어먹는 게 아니고 나를 닮은 내 아이를 출산해야 할 나이인가 싶기도 하다.
남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즐기기보다는 나만의 무언가를 짓고 세상에 뿌듯하게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나이.
그게 서른인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서른이 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나는 세상에 무얼 내놓았나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아직 내로라하는 영화 거장들이 찍은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고, 심지어 또래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을 감탄하며 본다. 이미 나보다 어린 나이에 등단한 작가들이 쓴 글을 읽는 걸 좋아하고, 도전해야지 도전해야지 했던 신춘문예는 엄두도 안 난다. 결혼도 안 했는데 출산은 당연히 뜬구름 잡는 얘기다.
나는 서른이 될 자격이 없는 걸까. 시간은 자꾸자꾸 흐르는데 나는 자꾸자꾸 시간이라는, 속절없이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 미끄러지는 기분이다.
흰 머리는 하나둘씩 늘고, 몸은 점점 느려지고, 설렐 일은 자꾸만 없어지는데 노화만 있고 성숙은 없는 서른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