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보다 더 귀족적이며 문학적인 풍요로운 매력을 뽐내다.
지난번에는 과거와 현대의 공존을 잘 보여주는 코플리 스퀘어를 걸었다면 오늘은 미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19세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비컨힐(Beacon Hil)을 걸어보자.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 -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시의 일부.
"하루하루를 진실로 충만하게 사는 행위, 그것이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든 자기 삶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그의 정신이 가장 고양되고 명징 시간에 관조할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얻는 무의미한 정보를 거부하면, 아니 모두 소진해버리면 관조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탁이 알려주리라.. " -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책이라 불리며, 법정 스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머리맡에 두었던 책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
이 두 작가는 비컨힐에서 살았다. 비컨힐은 두 명의 유명한 작가 말고도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 , 작은 아씨를 쓴 루이자 메이 올컷이 살았던 곳이다. 보스턴 출신의 유명한 작가인 애드가 알랜 포우, 랠프 에머슨과 헨리 롱 펠로까지 보스턴은 미국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미국 문학을 배울 때 이 곳을 걷게 된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도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하며 비컨힐을 꿈꾸었다. 영화에서는 12시를 알리는 종이 치던데 나는 무슨 신호를 알아차려야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에이콘 스트리트에 살았다, 지금 그곳은 미국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고 사진 찍고 싶은 곳으로 유명하다. 에이콘 스트리트는 미국에서 가장 걷기 힘든 19세기에 만든 자갈길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걷고 싶어 한다.
19세기 이 좁은 길목은 식민지 시대에 하인을 다닌 던 길이고 넓은 길은 귀족과 부유한 사람이 마차를 타고 다닌 길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비컨힐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가스등이 불을 밝히는 동네여서 그곳에 가면 19세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오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19세기의 집과, 안개가 낀 날이면 가스등 불빛에 뿌옇게 보이는 거리는 런던의 거리는 잊고 이 곳 보스턴 비컨힐만을 기억해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마법 같았다.
Origin of Athenaeum
In Ancient Greece, the word Athenaeum referred to buildings dedicated to Athena, the goddess of wisdom, and in particular to a temple in Athens where poets, philosophers, and orators gathered to read and discuss their work. Over the centuries the term also has applied to numerous academies and learned societies.
Athenaeum 영어 발음으로 하면 '애써(뜨와 쓰 중간) 니엄"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 봐요. 이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니, 고대 그리스의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받친 건물을 뜻하고, 이곳에서는 고대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시인, 철학자, 웅변가가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을 했던 곳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시간이 흘러서 이 단어는 아카데미나 지식 공동체 또는 도서관에서 많이 쓰인다라고 하며 마무리를 지어요.
아래 사진을 보면 이곳에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동상이 보이시죠? 아테나는 보통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손에는 메두사의 머리를 단 방패 아이기스와 창을 들고 있는 그림이나 조각상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신이어서 여신의 힘을 빌려 지혜로움도 빌어 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회원제 도서관이며 1807년에 세워졌다. 19세기 당대 지식이라면 누구나 와서 여기서 담론을 펼쳤고 지식인의 서재와 미술관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비컨힐이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이기도 하지만 여기 도서관을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르네상스 건축 양식과 고급스러운 가구와 고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루 종일 이곳에 앉아서 책만 읽고 싶었다. 책만 읽고 싶은 사람은 5층에 갈 것. 아주 조용해서 숨 쉬는 것조차 조용히 해야 할 것 같은 곳을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은 책만 읽는 공간만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가 진행이 되고, 200년 전처럼 오후 티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최근 독립 서점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같이 작가들의 북 토크, 명사 초청 강연, 이브닝 파티 심지어 여행까지 가는 그 모든 일이 이 곳에서 이루어져 왔다. 책이라는 매개로 무한한 확장성을 뻗을 수 있고 역사를 담은 이 공간이 부러웠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 공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나와 같은 질투를 느꼈으면 좋겠다.
현재도 일 년마다 갱신하는 회원카드를 유료로 발급하고 있고,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여행객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방문 전 최소한 하루 전에 꼭 예약을 하고 갈 것! 특히나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투어. 일반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공간도 투어를 신청하면 들어갈 수 있기에 꼭 한 번 경험해보시기를. 이곳에는 조지 워싱턴의 개인 서재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