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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Shine Aug 29. 2020

보스턴여행:보물찾기 하듯 책을 찾는 브래틀 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도시,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보스턴 이야기를 쓰다 보니 보스턴은 가장 오래된, 최초의 수식어가 붙는 곳이  많다. 지난번 이야기에서도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중 하나인 비컨힐을 걸었으니까. 오늘은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데, 이 곳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2대째, 71년 동안 운영되는 서점이다.



Brattel Book Shop

브래틀 서점


보스턴 다운타운에서 거대한 연필을 찾으세요.


보스턴에서 다운타운의 가장 혼잡한 역으로 꼽히는 다운타운 크로싱 (Downtown Crossing) 지하철 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로 이야기하면 거의 명동이나 강남역 같은 곳이지만, 브래틀 서점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림에서 보듯 간판이 있을 법한 자리에 큰 연필 한 자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진 오른편으로 벽면에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외부에는 3달러에서 5달러 정도의 중고책을 파는 서고가 마련되어 있다. 거대한 연필과 옆 면에 있는 벽화 그림은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이이서 딱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인생 샷 찍을 준비를 하시라.



1825 -> 1849-> 1980-> 2009->2020 ....


브래틀 서점은  1825년에 브래틀 스트리트라는 곳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 이후 자리를 몇 번 옮겼다고 한다. 1849년 현재 소유주인 Ken Gloss의 부친인 George Gloss 가 지금 서점이 있는 자리인 west street로 옮기면서 책방을 맡게 되었다. 1973년부터 지금 서점의 주인인  Ken Gloss가 서점 운영을 시작했다. 1980년에는 브래틀 서점에 큰 위기가 온다. 5층짜리 목조 건물 전체가 불에 타 버리는 대형 화제가 일어났다.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아끼는 보스턴 사람들의 기부금 덕분에 브래틀 서점은 한 달 만에 전에 있던 위치에서 바로 옆 가게로 이전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인스타의 성지가 돼버린 야외 판매대가 생기는 공간을 가지게 된다. 그 이후 브래틀 서점은 캔 글로스만의 서점이 아닌 보스턴 사람들의 서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점은 지역사회와 힘을 합칠 때 더욱 빛나는 것 같다.



브래틀 서점의 오래된 책


브래틀 서점 주인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전문 책 감정가로 활동을 하면서 희귀한 책이나 절판된 책을 수집한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브래틀 서점은 브래틀 캐스트라는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발행한다. 코로나 시대 이후  줌 화상통화로 강연도 할 만큼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가장 오래된 서점이지만 시대에 발맞춘 서점 주인의 행보는 어느 젊은 세대 못지않다.


또한  브래틀 서점은 뉴욕 타임스나 보스턴 글로브의 단골인데, 미국에서 가장 좋은 서점 리스트서 빠지지 않으며 보스턴에서 방문해야 할 서점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생각하면 비싼 중고책만 팔 것 같지만 야외 서가에서는 1달러, 3달러, 5 달러에 중고책을 살 수 있다. 보물찾기 하듯 책을 보다 보면 어느새 보물은 이미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 1층과 2층 내부에는 책장마다 책이 거의 가득 차 있는데 거의 모든 주제의 책이 정리되어 있다. 미국의 새 교과서나 참고서는 하드커버가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비싸지만 이 곳에서는 중고로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초판본을 사수하라

브래틀 서점 3층에는  주로 희귀본이나 초판본 등 골동품과 같은 책이 보관되어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아마도 책 수집가가 가장 좋아하 할 장소가 아닐까 싶다.


사진에 보이는 책은 주홍글씨 초판 2쇄 본이다. 서점 주인의 친구가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면서 짐을 던다고 주고 간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가격은 한 권에 500달러 정도라니...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사인을 한 위대한 개츠비 초판본도 구경할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팬이라면 한 번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방문하기 전에 브래틀 서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래틀 서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와 만날 수 있게 모든 준비를 끝낸 느낌이다.




뼈속까지 책의 피가 흐르는 서점 주인 켄 글로스 (Ken Gloss)


https://www.kpbs.org/news/2014/sep/19/antiques-roadshow-knoxville-tennessee-hour-one/

켄 글로스는 보스턴 글로브 인터뷰에서 자신은 5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서점에 나온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마도 자신은 책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켄 글로스는  한국에서 방영하는 'TV쇼 진품명품'과 거의 비슷한 미국 프로그램 Antiques Roadshow에 가끔 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한 장소를 찾아가면 주민들이 골동품을 하나씩 가져와서 감정을 받는데 켄 글로스는 책을 전문적으로 감정하는 일을 한다. 내가 처음으로 브래틀 서점에 방문했을 때 얼굴이 낯익다고 이야기를 드리니, 켄 글로스가 자신이 나오는 티비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때 우연한 만남은 추억이 되었지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친절하게 설명해 주던 서점 주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모든 여행지는 모두의 공간이지만 나만의 스토리가 더해지면 그 공간은 나만의 사적인  시공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폼생폼사 책도 괜찮아요.


중고 서점에 가면 책은 한 권 밖에 있지 않고 내가 원하는 책은 재고가 없을 수도 있다. 특히나 브래틀 서점처럼 야외에 있는 서가를 보면 책이 무작위 하게 섞여 있으면 더 난감하다. 그러나 책을 구경하든, 사러 왔든 선반에서 책을 넘기고 보고 있다면 어느새 손이 가는 책이 나타난다. 그럴 때 영어로 쓰여 있다고 살까 말까 망설이기보다 한 번 사보는 걸 어떨까?  겁먹을 필요는 없다. 1달러짜리 지적인 장식품이 되기에도 좋은 책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운전자에게도 좋은 팁 하나. 바로 옆에 공영 주차장이 있어서 서점을 방문하기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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