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09(수) 레온-아스토르가
레온에서 아스토르가까지는 버스로 가야 한다. 처음 레온에 왔을 때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오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버스터미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짐을 메고 걸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괜히 무리했다가 통증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 터미널까지도 버스로 이동했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내 기분이 회복되니 희망적으로 보인다. 황금들녘마저도 절망의 빛으로 보였던 지난날들이 다시 떠올랐다. 감상에 젖어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는 사이 버스는 아스토르가에 내렸고,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숙소까지 십여 분을 걸어서 갔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친구들이 왔다. 저녁 재료를 사러 마트에도 같이 가고, 초콜릿이 유명한 도시 아스토르가에서 걸쭉한 초콜릿에 추로스를 찍어서 먹었다. 레온을 떠나며 내 다리가 많이 회복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이틀 전과 비교해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 말이 그냥 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어디를 걷든 스마트폰에 뜨는 소요시간과 실제 소요시간이 비슷해졌다.
저녁을 먹으며 이틀 뒤 사리아로 기차를 타고 가서 그다음 날부터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걷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일간 110km 정도를 걷는 코스로, 지금 같은 회복 속도라면 통증은 있지만 5일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 믿어야만 했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되는 데까지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후회가 덜 남는 길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프로미스타, 레온에서 보낸 밤들과 달리 아스토르가의 밤은 축제 분위기였다. 마음 하나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있다가 없는 것이 원래 없는 것보다 슬프듯, 잃었다가 다시 찾게 되면 가지고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함을 깨닫는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회복된 게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달리 바라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