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두 시간 안에 실무에 적응하도록 돕자!
좋은 직원과 함께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는 것, 어느 회사에서나 중요한 일입니다. 말은 쉬워도 현실은 어렵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분명 첫 출근을 했을 땐 마음이 두근거렸는데 회사를 알아갈수록, 경력이 쌓일수록 늘어나는 건 새치와 욕뿐입니다. 한국경영자협회의 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직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2012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1년 안에 퇴사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급여 및 복리 후생 불만’(20%), ‘근무지역 및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15.9%) 등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특히 이 세 가지 응답은 2012년 조사부터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완전히 해결은 못하더라도 입사 직원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입사 직원이 두 시간 안에 실무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가이드북을 만들기로요.
짠! 가이드북의 표지입니다. '한 배를 타고 에베레스트로 향한다'는 기업의 철학에 맞춰 가이드북의 이름은 ‘클원호탑승안내서’로 지었습니다. 혼자서 제작하면 머지않아 눈물을 흘릴 것 같아 ‘한강대로출판사’라는 TF도 만들었어요. 이 TF의 활약은 뒤에서 나옵니다.
이 가이드북은 모두 64쪽으로 중학교 1학년도 이해할 수 있게 제작했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해?’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지만 입사 직원의 입장에선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알려줘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앞서 가이드북을 만드는 목적이 ‘입사 두 시간 안에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으니 텍스트는 줄이고 최대한 그림, 사진, 도형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자주 묻는 질문들은 실제 사례를 담아 읽기만 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어휘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쉬운 말을 쓰면 어려운 것도 쉬워 보이고, 메시지도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대개 회사에서 ‘문서화’를 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려운 말을 쓰기 마련입니다. 오죽하면 ‘판교 사투리’라는 농담까지 나왔을까요?
무엇보다 입사 직원은 어떤 도움을 받으려고 가이드북을 볼 겁니다. 그런데 ‘할 수 없습니다, 안 됩니다’와 같은 부정 서술어, ‘반드시, 필히’와 같이 행동을 제한하는 부사가 나오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없겠죠. 이 가이드북에는 부정 서술어나 행동을 제한하는 문장이 없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썼습니다.
[수정 전] 매점의 간식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수정 후] 당신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 쿠*보다 싼 가격을 보장합니다.
목차입니다. 크게 다섯 개로 나누었고 "1. 처음 오셨습니까"는 입사한 직원이 스스로 업무 환경을 세팅할 수 있는 튜토리얼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부분입니다. 튜토리얼을 따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 해냈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게 했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입사 직원은 여덟 개의 앱을 모두 설치할 겁니다. 앞부분에서 무선 인터넷 연결 방법을 알려주는데, 혹시나 그냥 넘겼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데이터 폭탄을 피하고 싶다면 7쪽을 보고 미리 와이파이에 연결하라”는 문장을 썼습니다. 이처럼 각 쪽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입사 직원이 한쪽도 놓치지 않도록 기획했습니다.
회의실 위치와 함께 이름의 의미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가이드북을 만들면서 사내 도서관도 새롭게 꾸몄습니다. 도서관을 만든 과정은 다음 글에서 소개하겠습니다.
가이드북에서는 업무 환경 세팅, 실무 과정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매너도 말합니다. 다만 직원 각자의 성향에 따라 고객을 대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것만 제시했습니다.
클래스101다운 가이드북을 만들려고 곳곳에 한강대로출판사TF 팀원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넣었습니다. 심지어 많이 그려줘서 넣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그림이 많아지니 가독성도 좋아지고 내용도 쉬워졌습니다. 역시 함께 일해야 제맛입니다.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저도 용기를 내봤습니다.
분명 프린세스 메이커를 보고 따라 그렸는데 검정고무신 캐릭터처럼 되었군요. 뭐 괜찮습니다. 눈망울만 초롱초롱하면 됩니다.
원을 제대로 그리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하게 그릴 수 없었습니다. 그냥 넣었습니다.
클래스101의 기업문화를 맡으면서 다짐한 한 가지는 ‘사람을 향한 것은 간소화하지 말자!’입니다. 직원이 많아지면 으레 편한 것을 찾기 마련입니다. 생일파티가 없어지거나, 다른 부서의 팀원과 점심을 먹는 횟수가 줄어들거나, 불규칙적이었던 소모임은 ‘일이 많으니 시간을 정해두고 모이자’며 정례화(定例化)되죠. 이런 문화는 클래스101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입사 직원의 랜딩 프로세스 역시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더욱 귀찮게(?) 개선한 이유는 사람을 향한 건 간소화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가이드북 작업을 하면서 입사 직원 교육도 개선했습니다. 자세한 교육 내용은 이 글에 싣기 어렵지만 2회였던 교육을 4회로 나누고, 각 교육 담당자의 닉네임을 따 ‘알렉스 타임, 몽드 세션, 케빈 세션’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입사한 직원이 업무 환경부터 기업 문화, 인사제도에 이르기까지 놓치는 분야가 없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가이드북은 ‘업무환경 세팅’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거고, 입사한 직원의 노트북 바탕화면에 PDF 파일로 설치해두려고 합니다.
만약 노트북에 PDF 파일이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회사 밖에서 봐야 할 일이 있다면 노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64쪽 분량을 한 장씩 이미지로 저장해 노션에 넣었습니다. Quick Find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각 장마다 중요한 키워드도 함께 넣었습니다.
작업 기간은 7월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가 걸렸습니다. 앞으로도 가이드북은 더 좋은 내용이 있을 때마다 수정될 건데요. 귀찮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기업문화 담당자의 숙명인 거, 다 아시잖아요..? 클래스101에 놀러 오시면 가이드북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살려야 한다, 사내도서관” 프로젝트를 소개할게요.
학술논문
고아라·차성현, 〈신입직원의 멘토링을 통한 조직 적응 체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교육연구》, 41권 1호, 전남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2019, pp.1-15.
박준혁, “개인-조직 적합이 채용 및 유지관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3가지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웹사이트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한국경영자총협회, 2016.06.07. 참조. (2019.08.06) http://www.kefplaza.com/kef/kef_press_view.jsp?num=5023